[김창익 칼럼] 주한미군철수, 미국에겐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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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부장
입력 2018-04-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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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철수 없는 핵폐기 관철할 수 있을까

 



북핵 평화협정 국면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설마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어’라는 것이다. 

근거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한미동맹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쪽이 많다. 다른 한 쪽은 미국의 극동아시아 전략에서 주한미군이 담당하는 비중을 꼽는다. 주한미군 유지가 미국의 패권 전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둘 다 맞다. 하지만 북미협상이 주고받기식 거래란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한미군이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대가로 지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은 북미 평화협정 타결 과정에서 주요한 의제로 이미 부상했다.

협상 타결은 등가교환을 전제로 한다. 핵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이 등가교환이라면 미국이 원하는 핵폐기(CVID)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이외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한미군철수다. 주한미군철수 없는 핵폐기는 협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북핵이란 이른바 따끈따끈한 신상(새로 출시된 상품)을 할인판매할 이유가 없다. 

물론 미국은 부등가교환을 관철시킬 힘이 있다. 국제사회의 동의 아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속할 수 있고, 군사력도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미국은 부등가교환을 원할 경우 협상 테이블을 깨고 대북제재를 지속하던지 전쟁을 개시해야 한다. 대북제재 방식의 해결은 미국이 설정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시한을 이미 넘긴 상태에서 선택지로 부적합하다. 미국의 선택지는 등가교환 방식의 협상 타결이거나 협정이 깨진 상태에서의 무력 사용이다.  

물론 핵동결과 평화협정 체결 선에서의 등가교환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이 교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만난 제1야당 4선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북핵 평화협정은 우리에겐 양자 택일의 문제다. 주한미군이 철수한 상태에서 전쟁을 치를 지, 주한미군이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할 지의 문제”라고. 전자는 평화협정 이후 우리가 직면할 상황이고 후자는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우리가 감당해야할 무게다. 주한미군철수는 적화통일을 위한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가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그의 생각이 틀리다고 할만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 앞에서 주한미군철수 가능성에 '설마'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논거는 핵폐기 대가로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보다 약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는 지난 12일 상원 인사청문회서 북미협정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북핵이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완전히 막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전략적 억지력을 제공할 필요는 있지만 이번 회담의 목적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국한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 안보를 희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ICBM만 없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해도 상관이 없거나, 핵폐기를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으로서는 후자에 무게가 실려있다. 미국이 핵동결보다 핵폐기를 원하고, 주한미군철수는 북한 뿐 아니라 협상의 최종 중재자인 중국도 원하는 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지렛대로 주한미군철수를 거론한 인물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경우 우리의 운명은 북미간 이해관계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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