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포럼특집]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기회의땅'…외국인 투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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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윤세미 기자
입력 2018-04-1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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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금융시장 정비 후 부동산 활기

  • 2015년 외국인 매입 허용후 투자자 몰려

  • 제한된 정보, 제도미비, 거품리스크 경계

 

베트남 하노이 전경[사진=신화통신]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면서 부동산 시장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과거 롤러코스터 같은 굴곡을 겪으며 험난한 시간을 보냈지만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과감한 시장개방, 그리고 개혁이 다시 호찌민과 하노이 등 주요 도시 부동산 경기에 활기를 주입했다.

◆달아오르는 베트남 부동산 시장 
 

베트남.[그래픽=아주경제DB]


베트남은 최근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처로 떠올랐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베트남의 현재에서 과거 중국의 모습을 떠올린다.

급증하는 투자 수요에 힘입어 부동산 개발도 한창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 호찌민의 사이공강 유역에 고급 부동산 개발 열풍이 불면서 현지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건설사 빈홈이 조성 중인 대단지 프로젝트 ‘골든리버’가 대표적이다. 국제학교, 고급 쇼핑센터와 식당, 호화로운 선착장까지 있어 베트남 중산층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인 CBRE베트남에 따르면 2015~2017년 호찌민 시에서 1㎡당 1500달러(약 160만원)를 호가하는 고급 아파트 3만5000가구가 시장에 쏟아졌다. 2015년 이전 3년간의 신규물량인 1만 가구와 비교해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고급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베트남 당국이 2015년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허용한 후 한국, 중국·홍콩 투자자들이 밀려오고 있다. 베트남 당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 부동산에 30억 달러(약 3조1600억원) 외자가 유입되면서 전체 외국인 투자 분야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베트남 전역에서 일어난 인프라 개발 붐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호찌민과 하노이시의 경우 각각 2020년과 2018년에 두 건의 지하철 부설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공항과 항만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으로 교통망이 확대되면서 하노이와 호찌민 외에 다낭, 나트랑 등 관광·해안 도시의 부동산도 가격이 뛰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베트남 부동산업자 협회(VAR)는 나트랑 도심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작년에만 두 배로 급등했다고 소개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주목해왔던 홍콩, 방콕, 시드니 등의 부동산 가격이 이미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성장 잠재력이 큰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뱅커스클럽의 킹스턴 라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노이 도심 지역 고급 부동산 가격은 아직도 방콕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울고 웃는 격변 속 '개방'으로 활로 찾아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0년 남짓이지만 1986년 개방 이후 수차례와 불황과 호황을 오가며 체력을 단련했고 기반을 다져왔다. 

1945년 베트남이 독립한 후 30년은 전쟁 등 험난한 통일 여정이었다. 1975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탄생하고 이후 1986년에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으나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성장 속도는 제한적이었다.  베트남 부동산시장 활기의 싹은 1993~1994년에 돋아났다. 하지만 당시의 열기는 토지법 개정을 앞두고 토지사용권 일부에 대한 수요 증가에 그쳐 호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후 2001년 무렵 해외 거주 베트남인의 주택 투자를 허용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감돌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진정한 비약기는 신용대출이 늘기 시작한 2005년에서 2009년 사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하이퉁증권(海通證券)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 시기부터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고된 여정 속에서 성장의 발판을 닦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난 '돈', 부동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개방되고 성장과 함께 금융 시장이 틀을 갖추면서 신용대출을 통한 부동산 수요가 200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시장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면서 2003~2007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증했고, 2007년 전후로 주식 시장도 활황을 이뤘다. 두둑해진 주머니에 투자자들은 부동산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와 함께 시장 열기는 한층 가열됐다. 부동산 투자 매력이 부각되면서 대출 수요도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베트남은 흔들렸고 혼란이 왔다. 이에 당국은 신용대출을 제한했고 부동산 시장에도 힘이 빠졌다. 그리고 급격한 조정기가 시작됐다.

▲버블붕괴, 조정 속 변화의 움직임

경제가 불안해진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붕괴 리스크까지 더해질 것을 우려한 베트남 정부는 규제에 나섰다.

2009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부동산 소득세율을 기존의 10%에서 25%로 파격적으로 인상한 것이 대표적인데, 당국의 규제를 신호로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탔다. 침체된 시장에 높아진 자금조달 문턱, 세금 부담 등에 비관 전망이 확대된 결과였다.

결국 2011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쌓였던 거품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집값이 폭등했던 호찌민, 하노이 두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30% 이상 폭락했다. 브레이크 없는 듯한 하락세로 호찌민시 상당수 주택 가격은 1㎡당 1500~25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2년 초만 해도 고급주택 가격이 1㎡ 당 4000~5000달러, 중급 주택은 2000~3000달러, 상대적으로 낙후된 주택 가격도 1000~2000달러였다. 순식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금융 위기와 당국의 규제에 따른 부동산 폭락은 다시 베트남 금융시장 전반의 부진으로 번졌다. 대출 비중이 높았던 만큼 부실채권이 늘었고 이는 은행권 리스크를 크게 높이며 베트남 경제 전반을 위협했다.   

▲개혁과 개방으로 다시 호황
 

베트남 호찌민시 야경 [사진=바이두]


베트남 당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동시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기와 거품을 막아야 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대대적인 개혁과 과감한 개방 조치를 승부수로 던졌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베트남자산관리공사(VAMC)다. 신용기관 부실자산 매입기관으로 시장 리스크 축소에 주력했다. 당국은 위험자산가중치 확대 조치 등으로 신용대출의 문턱을 높여 은행 등 금융권 건전성 제고에 힘을 기울였다.

시장은 서서히 변화에 적응했고 거품 붕괴로 인한 부작용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개방'이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다시 제대로 탄력은 받은 것은 2015년의 일이다. 당국은 '주택법'을 개정해 모든 외국인이 베트남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주택 외에 분양주택에 한해 공급 물량의 30%까지 외국인의 매입을 허용했고 베트남의 미래에 기대를 건 해외투자자가 몰려들었다. 개방으로 다시 호황의 문을 연 것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개인의 부동산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거래되는 것은 '사용권'으로, 외국인의 경우 50년간 부동산 사용권을 매입할 수 있고 1회 연장이 가능하다.

◆당분간 계속될 열기, 베트남을 주목하라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활기는 지속될까. 시장은 베트남 정부의 대외개방 정책과 개혁의 지속 여부를 가장 큰 변수로 간주하고 당분간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일단 베트남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내수 시장이 커지고 있어 긍정적이다. 두둑해진 주머니가 국내 부동산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은행(WB)은 베트남이 2019년까지 6%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6.21%였다.

베트남의 인구구조도 시장 활기를 지탱하는 요소 중 하나다. 15~54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63%를 차지하며, 특히 20~34세의 청년층이 많은 젊은 나라다. 이는 주택 실수요가 높고, 앞으로도 당분간 높을 것이라는 의미다.  

개방 행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현지 언론도 "급감했던 신용대출 증가폭이 최근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다"며 올해 부동산 전망을 낙관했다. 2010년 41.17%에 육박했던 신용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거품붕괴를 겪으면서 2012년 8.91%로 급감한 후 다시 상승 중으로, 지난해 증가율은 18.47%다. 하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부동산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고 관련 법규와 제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거품 리스크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CBRE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파트 공급 물량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물이 증가하면 임대 및 매매 시장을 모두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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