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규제] 강남 재건축 하락의 역설… 부자들만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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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오진주 기자
입력 2018-02-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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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부 분양가 인하 압박...현금 부자들만 '로또'

사진은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강남을 타깃으로 삼고 집값을 잡기 위해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부자들은 뒤에서 웃고 있어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정책은 다시 바뀔 것이고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결과적으로 돈이 많은 부자들은 끝까지 버티고 애매한 사람들만 집을 처분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나온 급매물은 또 다시 부자들의 몫이 될 겁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D공인중개업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빛은 냉담하다.

정부는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부활시켰고, 작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환수제 적용을 피한 단지도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면서 재건축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통제에도 나서며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의 '착한 규제'가 부자와 서민 간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금이 넘치는 부자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애꿎은 서민들만 대출 규제 등에 따른 높아진 진입장벽 탓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용산구 '나인원 한남' 분양보증 거절 사례에서처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직·간접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할 경우 부자들에게 혜택이 되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금이 많은 부자들이 차익을 노리고 대거 청약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도 결국 주변 시세에 맞춰 집값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앞서 2016년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재건축)'는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공급이 많을 때는 가격 안정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공급한다고 해도 시장가를 따라서 올라가 버리게 된다"면서 "때문에 모든 국민이 큰 차익을 노리고 로또 대열에 줄을 서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서민들을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대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4억원 안팎의 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부 서민들의 경우 부담금을 낼만한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부자들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장 부동산을 처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부자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프라이빗뱅크(PB) 8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6%는 2~3년 안에 투자용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작년 8·2대책 등 규제 이후 보유한 주택을 매각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에 불과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이나 택지개발, 교통 확충 호재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 '똘똘한 한채'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특히 강남권 단지는 대기 수요가 많고 매물이 많지 않아 집을 파는 사람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가격이 설정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 부자들은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굳이 급하게 팔지 않아도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은 시세보다 싸게 나온다고 해도 웬만한 재력으로는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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