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키운다던 금융지주, 낙하산·비자금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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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11-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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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경영 불안정·내부 갈등

  • 중장기 비전 없이 책임 떠넘기기 급급…'지주체제 무용론'도

[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금융지주가 금융 비리의 근원지라는 오명을 썼다. 비자금 조성부터 채용비리, 주가 조작, 회장 연임 갈등까지 금융권 사건·사고의 온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금융권 또는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가 여섯 차례 이뤄졌다. 이처럼 은행권에 대한 검·경의 조사가 빈번하게 이뤄진 건 처음이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KB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 최근 은행권 분위기가 뒤숭숭한 이유다. 신한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만 조용하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금융지주를 타깃으로 삼고 대대적인 물갈이 또는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순수 지주회사의 성격을 취하고 있다.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대신 은행·신용카드·금융투자업·보험업 등을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하고 수익을 낸다.

금융지주회사는 지난 2000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당시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금융산업이 은행에 집중된 탓에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에서 탈피해 자본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관련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 설립 17년이 지난 현재 명(明)보다는 암(暗)이 더 크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정부 퇴직관료가 '낙하산'으로 투하되는 고정석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때문에 정경유착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경영 불안정과 내부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의 알력 다툼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곳 역시 시끄럽다. 권력이 집중된 탓에 내부 견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불법 또는 탈법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장은 막강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면서 고연봉을 챙길 수 있는 요직이지만 대부분 정부가 꽂아놓은 낙하산이 많다"며 "경영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이 있을리 만무한 데다 막상 사고가 나면 책임은 다른 계열사에 전가해 오는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 같은 병폐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을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존재로 인해 여러 문제가 야기되자 금융지주회사 체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KDB산업은행 회장인 이동걸 전 동국대 교수는 2014년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권한은 행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재벌총수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전국협동조합노조도 지주제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농협법 개정은 농협 개혁과 아무 관련도 없이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이뤄졌다"며 "지주를 농축협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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