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빈방문 두고 英 하원에서 트럼프에 “성차별주의자” "아베마" 등 혹평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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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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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영국 의회 앞에 시민들이 모여 영국 거주 이민자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의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허용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의를 벌였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 반대하는 청원에 영국인 18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가운데20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의회에서 야당인 노동당은 트럼프를 향해 ‘성차별주의자,’ ‘심술 난 아이,’ ‘아메바’와 같은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면서 여왕의 초청을 받는 국빈방문이 아니라 총리의 상대가 되는 공식방문으로 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당은 트럼프가 미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익을 위해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영국 의회는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거부해야 한다는 서명에 180만 명 이상이 참여하자 이날 논의를 열었다. 영국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청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논의하게 되어 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취임 후 외국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졌던 메리가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연내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영국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악화됐다.

20일 토론에 참석한 알렉스 살몬드 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총리는 트럼프 초청과 관련해 그 어리석음에 놀라야 할지 도덕적 문제에 경악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 “메이 총리가 공유하는 가치의 이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야 했다면 대체 이 의회, 이 나라에서 공유하는 가치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노동당의 폴 플린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임 일주일 만에 국빈 자격으로 초대를 한 것은 완전히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진심으로 미국의 대통령제와 헌법, 역사를 존중한다”면서도 트럼프를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 생물에 비유했다. 또한 "심술 난 아이"같은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의 영예를 준다면 영국이 트럼프의 행동과 발언은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당의 폴라 셔리프 의원도 과거 트럼프가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의 성기도 움켜쥘 수 있다”고 말한 성희롱 발언을 거론하면서 성차별주의자에게 국빈방문 자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당 의원들은 원래 계획대로 국빈 방문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나이젤 에반스 의원은 만약 국빈방문의 격을 낮출 경우 트럼프를 뽑은 6100만 미국인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메이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애덤 홀로웨이 의원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터무니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공약을 적극 실천하는 정치인을 보게 되어 “사뭇 새로웠다”고 말했다. 크리스핀 블런트 의원 역시 만약 국빈방문을 취소하게 되면 초청 상대인 여왕이 난처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설전이 벌어지는 의회 밖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영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를 옹호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인종 차별 반대" 또는 "트럼프는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면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의 공식 방문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메이 총리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대립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최우방국의 지도자를 국빈초대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영국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취소하거나 공식방문으로 격을 낮출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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