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수위 높인 반기문 사무총장 "한국 돌아오면 역할 고민할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5-26 01: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새누리 정진석 원내대표와는 '소곤소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하겠다".

1년만에 한국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첫날인 25일 제주에서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반 총장은 첫 일정으로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1월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올해 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지난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임기가) 아직 7개월이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됐다는 평가다.

반 총장은 또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대통령을 한다 이런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지금 현재는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로 지도해달라"고 했다.

대선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가족들 간에도 (대선 출마를 둘러싼)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72세인 반 총장은 건강에 대해서도 "1년에 하루라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며 "체력 같은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 자신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국제회의 등 각종 계기에 7번 만난 사실과 관련해 "제가 7번을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간 것"이라면서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에 대해 반 총장은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면서 "남북간 대화채널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4월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1985년 미국 연수 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동향을 현지 공관에 보고했다는 내용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뉴욕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연수생으로 있었고, 대학신문에 난 것을 보고 복사해 보고한 것뿐"이라면서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유병현 당시 주미 한국대사는 이원경 외무장관에게 미국 학계·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전문 보고하면서 하버드대학에 연수 중이던 반기문 참사관이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입수해 주미 한국대사관에 알려왔다고 적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 후 홍용표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열린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행위로 인해 지난 수개월 동안 취할 수밖에 없었던 크고 어려운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 "외교적 해법이 한반도의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동시에 외교는 북한이 국제법과 특히 유엔 안보리 결정을 존중하는 데서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 ICC에서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만찬장에서는 같은 충청권 출신이기도 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반 총장 간의 '밀담'이 이목을 끌었다.

애초 반 총장과 마주 보는 자리에 착석했던 정 원내대표는 만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잠시 반 총장 옆자리로 옮겨 앉아 5분가량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만찬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면서도 반 총장과 정 원내대표가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