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100% 장인의 손으로 빚은 바이주…中 멍즈란 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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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4-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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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中 3대 명주' 양허 양조장 탐방

  • '상위 2%' 멍즈란 수공반…마오타이 대적

  • "중궈멍, 멍즈란" 광고 히트···시진핑의 술? 

  • 독자개발 '몐러우'향···바이주 업계 '한 획'

  • 부자들의 술항아리 보관한 '바이주 금고'도

양허그룹의 최고급 술인 멍즈란 수공반 작업장 모습 20년 이상의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술을 빚는게 특징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양허그룹의 최고급 술인 멍즈란 수공반 작업장 모습. 20년 이상의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술을 빚는 게 특징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모든 위대한 창조는 두 손에서 비롯된다(一切偉大皆由雙手創造).”

중국 명품 바이주(白酒, 고량주) 브랜드로 꼽히는 멍즈란(夢之藍) 수공반(手工班) 작업장 기둥에 새겨 있는 문구다. 수공반, 20년 이상 경력의 장인이 100% 직접 손으로 빚은 술이라 해서 수공반이라 이름 붙였다. 중국 바이주 기업 양허(洋河) 그룹의 최고급 브랜드인 멍즈란 제품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치는 라인이다. 

양허 그룹 전체 양조장에서 생산된 기주(基酒·기본이 되는 술)의 단 2%만이 멍즈란 수공반을 만들 수 있는 품질에 부합한다. 그만큼 한해 생산되는 양도 적어서 베트남,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만 수출될 뿐이다.

가격도 비싸다. 멍즈란 수공반 500ml짜리 52도 제품이 중국에서 약 2000위안(약 38만원)에 팔린다.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 주력상품 '페이톈'과 비슷하다. 따라서 멍즈란 수공반은 중국 8대 명주로 꼽히는 양허그룹의 프리미엄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상위 2%'로 빚은 멍즈란 수공반…마오타이와 대적

지난 18일 중국에서 '술의 도시(酒都)'로 잘 알려진 장쑤성 쑤첸의 바이주 회사 양허 그룹을 찾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바이주 시장 경쟁 속에서 양허도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멍즈란 수공반 작업장 입구에는 ‘하늘로 치솟은 술향을 새가 맡으면 봉황이 되고, 땅에 떨어진 술찌꺼기를 물고기가 맛보면 용이 된다(酒氣沖天飛鳥聞香化鳳, 糟粕落地遊魚得味成龍)’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그만큼 술향이 향기롭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 테다.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간장을 끓이는 듯한 쿰쿰한 냄새가 확 풍겨온다. 누룩 분진과 곡물을 주재료로 한 주배(酒醅, 술의 원료)가 뿜어내는 향이다. 안내원은 “명·청 시대부터 수백년 전해져 내려온 교지(窖池, 황토에 물을 섞어 만드는 발효 구덩이)에서 180일간 발효한 주배”라고 설명했다.

작업장에는 장인 10명이 각각 5명씩 2개 조로 나뉘어 일하고 있다. 주배를 거대한 나무 솥에 옮겨 담고, 솥에 담은 주배를 끓여서 증류하고, 남은 주배를 다시 식혀서 2차 발효를 위한 누룩 분진과 발효제를 섞는 작업이 한창이다. 주배가 뭉치지 않게 차곡차곡 솥에 쌓아야만 끓일 때 골고루 가열될 수 있기 때문에 장인들은 하루에도 수천번씩 빗자루와 삽으로 두드리고 또 두드린다.

멍즈란 수공반은 이처럼 현대화 기계의 도움 없이 100% 장인의 손에서 빚어진다. 중국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허만의 독특한 양조 기술에 따라 137개 공정을 거쳐 제조된다. 특히 베이스가 되는 기주는 수백년 역사의 지하 술 저장고에서 20년 이상 성숙을 거쳐 엄선한 것이다. 기계 자동화로 발효·증류하는 일반 바이주와는 비교할 수 없다. 
 
멍즈란 수공반 사진배인선 기자
18일 열린 양허의 '봉장 축제' 만찬 자리에서 테이블에 올라온 멍즈란 수공반. [사진=배인선 기자]
 
"중궈멍, 멍즈란" 광고 대박···習가 사랑하는 술? 

양허가 위치한 쑤첸은 예로부터 ‘술의 고장’으로 잘 알려졌다. 청나라 건륭제가 이곳을 찾아 현지 술맛을 칭찬하면서 황실에 공납돼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중국 건국 이후 정부가 이곳에 있던 여러 양조장을 합병해 만든 게 양허 그룹이다. 과거 마오타이와 함께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수출을 허가받은 바이주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1979년 중국 8대 명주로도 인정받았지만 차츰 마오타이, 우량예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러던 양허가 2003년부터 새 변신을 시도했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바다보다 넓은 것이 하늘이고. 하늘보다 넓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라는 명언에서 착안해 바다(하이즈란, 海之藍), 하늘(톈즈란, 天之藍), 꿈(멍즈란), 이렇게 세 개의 ‘블루(藍)' 시리즈 제품을 내놓은 것.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집권한 후 ‘중궈멍(中國夢,중국꿈)’을 제창하자, '멍즈란이 시 주석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양허가 내건 “중궈멍, 멍즈란”이란 광고 카피도 대히트를 쳤다. 


 
양허 본사가 위치한 장쑤성 쑤첸시 기차역 곳곳에 멍즈란 수공반을 홍보하는 광고가 보인다 사진배인선 기자
양허 본사가 위치한 장쑤성 쑤첸시 기차역 곳곳에 멍즈란 수공반을 홍보하는 광고가 보인다. [사진=배인선 기자]
 
독자개발한 '몐러우'향···바이주 업계 '한 획' 긋다
1951년 발견된 명청시대 술 구덩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술 구덩이로 중국 국가급 문화재로 지정됐다 사진배인선 기자
1951년 발견된 청나라 때 술 저장 구덩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술 저장 구덩이로 중국 국가급 문화재로 지정됐다. [사진=배인선 기자]


양허의 가장 큰 자랑은 ‘몐러우(綿柔)’향형이라는 바이주 향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장향(醬香)형, 눙향(濃香)형, 칭향(靑香)형으로 분류된 바이주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셈이다. 양허도 원래는 눙향형으로 분류됐으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몐러우, 말 그대로 직역하면 폭신폭신한 부드러운 맛이란 뜻이다. 기자도 직접 멍즈란의 베이스가 되는 도수 72도짜리 기주를 시음해 봤다. 입안에 머금고 음미하는데, 다른 도수 높은 바이주처럼 혀가 타는 듯한 알코올의 강렬한 자극 없이 술향이 입안을 폭신폭신하게 감싼다. 목 넘김도 부드럽고, 뒷맛이 입안에 오래 남아있으면서도 깔끔한 느낌이랄까.   

안내원은 “양허의 바이주는 옥수수·찹쌀·보리·쌀·수수, 이렇게 다섯 가지 곡식을 주원료로 삼는데, 각각의 곡식이 내는 단맛(甜, 옥수수)·푹신함(綿, 찹쌀)·부드러움(軟, 보리)·깔끔함(凈, 쌀)·향긋함(香, 수수)이 어우러져 몐러우향을 낸다”고 설명했다.

몐러우향의 비결 중 하나는 발효에 있다. 양허는 6~8월 석 달간은 술을 빚지 않는다. 3월부터 5월까지 주배를 지하 발효 구덩이에 넣고서는 6~8월에는 발효 구덩이를 완전히 닫고 주배를 발효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9월부터 구덩이를 열고 ‘선입선출’ 방식으로 3월에 먼저 넣어 발효한 주배를 먼저 꺼내 술을 빚는다. 6개월 동안 온갖 미생물이 생장해 효소가 활성화해 몐러우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양허만의 술을 담는 도자기 항아리도 몐러우향을 내는 비결이다. 양허는 멍즈란 등과 같은 고급 술을 저장하는 술 항아리를 인근 ‘도자기 도시’ 장쑤성 이싱에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다. 1200℃ 고온에서 만든 도자기 항아리는 산소가 통과할 수 있는 미세한 구멍만 8만개 이상 뚫려 있어 ‘숨 쉬는 술 항아리’라 불린다.

통풍이 잘되는 데다가 열전도율도 낮고, 철분, 칼슘, 구리, 마그네슘, 망간 등과 같은 금속도 도자기에 함유돼 술의 숙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부드러운 몐러우향을 낼 수 있다는 게 안내원의 설명이다. 
 
부자들의 술 항아리 보관한 '바이주 금고'도
 
양허그룹 술저장고 앞에 세워진  대형 술항아리 천하제일단 이 항아리에는 기주 100톤이 실제로 저장돼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양허그룹 술 저장고 앞에 세워진 대형 술 항아리 '천하제일단'. 이 항아리에는 기주 100톤이 실제로 저장돼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사실 바이주는 묵히면 묵힐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허의 술은 더더욱 그렇다. 양허는 우수한 술 저장 기술을 바탕으로 무려 100만톤의 술을 저장해 숙성하고 있다. 이 중 고품질 기주가 23만톤, 완제품 술이 70만톤이다. 

기자도 직접 양허의 술 저장고를 찾아가 봤다. 입구에 ‘천하제일단(天下第一壇)’이라 새겨진 거대한 술 항아리가 취재진을 반긴다. 높이 9.5m, 지름 6.5m의 술 항아리에는 실제로 기주 100톤이 저장돼 있다고 한다. 안내원은 “한 사람이 스무살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술을 한 근씩 마시면 550년을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양허의 술 저장고에는 수만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술 항아리마다 각자 고유번호와 QR코드가 붙여져 모두 디지털 관리되고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도기 제작 정보, 술 생산연도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양허그룹의 술저장고에는 붉은색 천이 씌워진 크고 작은 수만개 술항아리가 줄지어 놓여있다 특히 양허그룹은 바이주 금고를 운영해 고객이 구매한 술항아리를 대신 보관해준다
양허그룹의 술 저장고에 붉은색 천을 덮개로 씌운 크고 작은 수만개 술 항아리가 줄지어 놓여있다. 특히 양허그룹은 '바이주 금고'를 운영해 고객이 구매한 술 항아리를 대신 보관해준다. [사진=배인선 기자]

이 중에는 고객들이 양허의 술을 30ℓ, 50ℓ씩 항아리째 사서 보관을 맡겨 놓은 것도 많다. ‘바이주 금고’라고도 불리는 이곳엔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징둥그룹의 류창둥 회장과 같은 부자들의 이름이 적힌 항아리가 눈에 띈다. 징둥그룹이 2014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을 당시 류 회장이 축하주로 마셨던 술이기도 하다. 

방대한 술 저장 시설을 보유한 양허는 매년 봄비가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 때마다 술을 봉인해 저장하는 이른바 ‘봉장(封藏)’ 축제 행사도 개최한다. 2014년부터 시작한 봉장 축제는 올해로 벌써 11번째를 맞이했다.

봉장은 올해 새로 빚은 술을 항아리에 밀봉해 저장하는 의식이다. 이렇게 봉장한 술은 '봉단주(封壇酒)'라 부른다. 봉단주는 양허가 보유한 수백년 된 술 구덩이에서 숙성한 기주와 매년 가을 그해 처음 빚은 술을 블렌딩해서 만든다. 술 장인들이 직접 천여 번 블렌딩 실험을 통해 시음한 수백 가지 향 중에 선택된 것만이 봉단주로 출시될 수 있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고, 해가 지날수록 값어치도 오른다.  
 
18일 장쑤성 쑤첸시 양허그룹 본사 앞에서 봉장대전 행사가 열렸다 사진배인선 기자
18일 장쑤성 쑤첸시 양허그룹 본사 앞에서 '봉장' 대전 행사가 열렸다. [사진=배인선 기자]
 

이 같은 양허의 고급화 전략은 차츰 효과를 내고 있다. 2022년 연매출 300억 위안을 첫 달성하며 마오타이, 우량예에 이은 중국 ‘톱3’ 바이주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멍즈란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일등 공신이다.

양허는 최근 국제화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대일로 정상회의, 스위스 다보스포럼까지, 국제행사 공식 술로 지정돼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 유명 가수가 유튜브 채널에서 멍즈란을 마시며 입소문을 탔다. 양허그룹의 한국 사업 담당자는 “한국 시장은 연간 매출만 800만 위안 이상을 벌어들일 정도로 빠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며 전도가 유망한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 바이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매달 바이주 시음회나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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