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정치적 카드가 되어버린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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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8-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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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안을 다루는 기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문구다. 기자가 법안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면서 지겹게 반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기까지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 그런 탓에 국회의 낮은 법안 처리율은 매해 지적되고 있다.

물론 제출된 법안을 다 통과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논의는 해야 한다. 그것이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고, 법안을 낸 국회의원의 책무다. 그러나 법안을 논의하는 법안심사소위는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평균 21회 열렸다. 한 달에 한 번도 안 되는 셈이다. 의원들이 만나지 않는데 법안이 통과될 리 없다.

또 어렵게 논의를 마쳐 상임위에서 합의를 해도 본회의에 법안이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야가 거래의 수단으로 삼을 때다.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줄 테니 이것도 같이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패키지 딜’이다. 8월 임시국회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혁 법안과 패키지로 묶여 통과되지 않았다.

법안이 딜의 수단이 되는 이유는 국회가 갖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국회는 정무와 정책이 한데 뒤섞여 있는 곳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선거’로 평가받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무적 판단을 최우선으로 한다. 국회가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임위보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앞선다. 법안이 정책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이유다.

이 같은 관행이 더 이상 정치적 묘수로 통해선 안 된다. 여야 원내대표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애끓는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정치부 기자이자 국민으로서 바란다. 앞으로는 이런 문장을 더 많이 쓸 수 있길.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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