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①"마음은 오바마, 현실은 트럼프"...바이든의 외교정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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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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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리티쇼급 재미 vs 지루함의 유쾌함..."정치와 쇼가 제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 외교와 쇼의 분리, 묘책은?...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지우기, "美 지도력 회복"

"도널드 트럼프 리얼리티쇼의 마지막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사 주간지 애틀랜틱이 현재 미국 대선 판세에 대해 내린 평가였다. 전날 예정했던 2차 대선 후보 토론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각 후보의 '타운홀 미팅' TV쇼로 대체했고, 그 결과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저녁 바이든이 출연한 ABC의 타운홀을 지켜본 미국 시청자는 1390만명이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나온 NBC 네트워크(NBC·MSNBC·CNBC)를 시청한 미국인은 1300만명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던 '티켓파워'(동원력·주목도)가 무참히 깨져버렸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AP·연합뉴스]


물론, 이날 트럼프의 쇼는 매우 재밌었다. '바이든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는 너무 재미있어서 채널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고 평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리의 이유는 재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인터넷매체 복스는 "바이든의 대답은 지루했기 때문에 기뻤다"면서 바이든의 '유쾌한 지루함'을 승리의 요인으로 꼽았다. 복스는 이어 "국가의 지도자가 평온하고 존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이제서야 미국에서 정치와 리얼리티쇼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트럼프와 달리 지루한 바이든은 지난 4년간 실종됐던 미국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되돌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그를 대선 승리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뿐 아니라 국제사회 역시 바이든의 '지루함'을 바라고 있다.

지난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이 당선할 경우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트럼프 지우기'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국을 외톨이로 만들었다"는 바이든의 타운홀 미팅 발언에 근거해 "바이든 정권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이라는 새로운 기치 아래 트럼프 정권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재설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인스티튜트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바이든 정권의 외교적 성공은 트럼프가 아닌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이 앞선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수정하기 위해 오바마 전임 정권의 정책을 되돌리는 정도로는 미국의 지도력 회복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유례 없이 국제사회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반면, 20일 닛케이아시아리뷰(NAR)는 바이든이 당선한다고 해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은 트럼프 시대의 4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부통령을 역임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계승하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론 국제 패권을 건 경쟁 관계인 중국과의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없어 트럼프 정권의 중국 대결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기본 원칙만을 천명한 상태다. 중국과의 전선은 유지하면서도 갈등의 수위를 낮춰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고 동맹국과의 공동전선으로 간접적인 압박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모습.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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