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30년만에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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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채열, 박신혜 기자
입력 2018-09-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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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위에 권력은 있을 수 없다"...특별법 통과 "촉구"

오거돈 부산시장이 16일 형제복지원 인권유린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사진=박신혜 기자]


30여 년 전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부산시가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국회 계류 중인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16일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됐던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감금과 폭행, 협박, 강제노역 등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참혹한 인권유린이었다"며, "부산시는 복지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함으로써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너무나 늦었지만, 시민 여러분과 누구보다 피해자와 그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형제복지원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당시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근거해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분으로 3천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을 강제로 감금, 강제노역·폭행·살인 등을 행한 인권유린 사건이다.

부산시는 그 당시 시가 복지시설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함으로써 시민의 소중한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피해자들과 가족 앞에 사과와 함께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서게 된 것.

실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정한 해결은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국회에서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앞으로 부산지역 국회의원 및 해당 상임위 위원들, 공동 발의한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아울러 법률 제정시까지 행·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은 오랜 기간 잊혀진 역사로만 있다가 최근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앞 농성과 국가인권위원회와 전국 사회복지관련 단체의 특별법 제정 촉구 성명을 통해 공론화됐다.

무엇보다 지난 9월 13일 검찰개혁위원회가 당시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명백한 위헌·위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검찰총장에게 본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권고함으로써, 특별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거돈 시장은 "특별법이 우선시돼야 실질적인 진상규명과 보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향후 피해자들과 소통하고, 지원방향을 설정, 반영하면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행,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16일 형제복지원과 관련해 부산시가 공식 사과를 한 가운데, 참석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박신혜 기자]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실종자, 유가족 모임 "불행한 역사 바로 잡아야"
"부산시의 사과는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이후에 그 가치를 인정하겠다"


또한 이날 기자 회견장에는 오거돈 시장과 더불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형제복지원과 관련해 부산시와 오거돈 시장에게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실종자 유가족 모임의 한종선 총대표는 "지금까지 부산시청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고, 피해당사자들과 부산시민들을 향해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다"며, "오 시장이 후보시절 시장이 된다면 시장직속의 추진위를 꾸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에 앞장서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선거 공약 약속을 이행하려면 오 시장과 부산시청의 노력에 우리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과 뜻을 모아 부산의 불행한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실종자 유가족 모임 한종선 총대표가 부산시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신혜 기자]


그러면서 한 총대표는 "우리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아직 그 어떤 누구도 용서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 그동안 사회의 차가운 냉대와 무시와 멸시 차별 속에 언젠가 우리의 억울함이 밝혀질 것으로 믿고, 분노 속에 죽지 못하고 살아남았다. 지금 한번의 사과에 기나긴 아픔이 치유가 되고 용서해줄 거란 생각은 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한 뒤 "부산시가 피해 생존자들의 요구사항 관철과 진상규명을 위해 제대로 행정력을 발휘하고, 실행에 옮길 때, 진정한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실종자 유가족 모임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부산시민들의 세금으로 추모사업이나 위령제에 사용하지 말아줄 것, 부산시에 흩어져 있는 형제복지원사건 자료들을 모두 찾아 줄 것, 피해생존자들이 모여 기록하고, 증언할 수 있는 상담 창구 개설 등 11가지 요구사항을  시에 요청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피해자 가운데 한 남성이 갑자기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긴급 호송되면서, 회견장 분위기가 잠시, 긴장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비상상고를 권고함에 따라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피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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