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전화해 정리했다” 이해찬 체제 20일…존재감 커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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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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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대책·공공기관 이전 거침없는 목소리

  • 사안 한번에 정리…일각선 독주체제 우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한 지 20일이 지나자 당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 대표가 정국의 중심에서 진두지휘하면서 당내는 물론 당·정·청과 관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포용적 성장과 공공기관 이전, 부동산 대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등 찬반양론이 뜨거운 의제에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며 중요한 이슈를 선점했다. 이 대표의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정치권 전체가 집중하면서 집권여당인 민주당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당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 체제 20일 동안 가장 두드러진 점은 수직에 가까웠던 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점차 수평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해결이 안 되던 사안들에 대해 이 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랑 통화했다’면서 한 번에 정리해 버리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정·청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 대표 의지는 지난달 30일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와 청와대 수뇌부가 모인 자리였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이 국민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겠다. 쓴소리라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주택자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발언에 호응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고, 보름 만에 종부세 강화안을 포함한 ‘9·13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대표는 국정 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20년 집권플랜’에 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수도권 공공기관 122개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치분권 이슈를 띄운 이 대표는 지난 7일부터 전남·세종·충남·경기 등에 이어 이날 경남·부산까지 전국 시·도청을 방문해 직접 내년도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 이 대표가 개별 시·도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전국이 들썩였다. 앞서 참여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표를 얻는 효과를 봤던 ‘이해찬의 한 수’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부보다 먼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따라가는 것은 전임 대표 시절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매달 한 번씩 고위 당·정협의회를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에서도 달라진 당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표 독주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원내대표가 주로 관장하는 예산과 정책까지 진두지휘하면서 홍영표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청와대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홍 원내대표와 당의 국정주도권을 강조하는 이 대표 사이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향후 자칫 당·정·청간 갈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홍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1시간 가까이 현안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다음 날인 13일에도 라디오 방송 2곳과 공개 인터뷰를 가졌으며, 특수활동비 문제로 취소했던 국회 말진기자단 오찬도 재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물밑에서만 꿈틀대던 당내 파워게임이 시작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더 떨어질 때 이들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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