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랑' 한효주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시간…누구나 겪는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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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8-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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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랑' 이윤희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31)[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다음 스텝(Step)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해야 하고, 어떤 길을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고 받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순 없더라고요. 나름대로 좋은 작품을 찾고 책도 잃고 준비하면서 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한효주(31)는 목마르다.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영화계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제 몫을 다해왔었지만 ‘다음’에 대한 걱정은 여느 배우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한효주에게 영화 ‘인랑’이 주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었다. 오래도록 팬심을 불태웠던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자 ‘재패니메이션의 전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니. 예비 관객들은 물론 배우들 역시 구미가 당길 만한 소식이었다.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 혼란을 겪고 있는 2029년의 한국을 배경으로 반통일 테러단체인 ‘섹트’와 그를 잡기 위한 경찰조직 ‘특기대’, 정보기관인 ‘공안부’가 암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 ‘인랑’에서 한효주는 섹트 대원인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 역을 맡게 되었고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섹트와 공안부를 오가며 원치 않는 임무를 맡게 된 이윤희는 빨간 망토 소녀(신은수 분)의 죽음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특기대 대원 임중경(강동원 분)을 만나 그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 '인랑' 이윤희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31)[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김지운 감독님이었어요. ‘거장’ 감독님과의 호흡을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감독님과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더 많이 믿고, 의지하고, 맡겼죠. 제가 감독님의 세계에 풍덩 빠진 느낌으로요. 제 의견보다는 감독님이 입히고 싶어 하는 색깔의 옷을 잘 입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옷을 제가 잘못 입은 것 같아서 아쉽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와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극 중 이윤희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반통일 테러단체인 섹트에 소속되어있으나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정보기관인 공안부는 이를 약점 잡아 이윤희를 옥죄어온다. 속여야만 하는 상대인 특기대 임중경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이윤희는 복잡하고 또 심층적인 내면을 이루고 있었다.

“윤희는 굉장히 복합적인 캐릭터였어요. 감정적으로도 단순하지 않아서 한 가지 결만 살리는 게 아닌 여러 가지 감정을 순간순간 꺼내서 보여줘야 했죠. (감정을) 잡아나가는 것부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계획을 짜는 것부터 어려웠어요.”

그러나 “가면을 쓰고 임중경에게 접근해야 하는” 이윤희 캐릭터는 힘든 만큼, 한효주를 즐겁고 설레게 했다고.

“연기적으로 잘 표현하면 보여지는 재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제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죠. 여느 때보다 의견을 많이 들어보려고 했고 또 많이 물어보기도 하면서 이윤희라는 인물을 설계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인랑' 이윤희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31)[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인랑’ 출연 계기에 8할을 차지한다는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늘 ‘다음’에 대한 기대와 걱정에 사로잡혀있다는 한효주는 김 감독과의 호흡을 통해 도전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님의 팬이에요. 언제나 함께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랐었죠. 감독님의 전작을 보면서 어느 한 작품 장르적으로 겹치지도 않고 또 감독님만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생각했었어요. ‘인랑’도 마찬가지였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역시, 거장답다고 생각했죠.”

어느덧 30대를 맞은 한효주는 자신의 삶,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탓에,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그는 “인간 한효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아요. 다작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살았었거든요. 이렇게 오롯이 한효주의 시간을 가지게 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런 나이인 것도 같고요. 하하하. 주변에 친한 언니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제게 ‘welcome to thirty’라면서 공감해주더라고요. 누구나 겪는 성장통인 것 같아요.”

영화 '인랑' 이윤희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31)[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어느덧 서른. 현재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효주는 “어리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자란 것도 아닌 중간”의 “혼란한 시기”인 것 같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싶어요. 재밌게 보내려고 하는데, 무엇을 할 때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1년 정도 ‘인랑’에만 빠져 지냈더니, 이다음에는 밝고 재밌는 (역할)것도 해보고 싶어요.”

평소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작품에 있어서는 대담하게 선택하는 편이라는 한효주. 그는 혼란한 시기에도 불구 조급해하지 않고 작품으로서 이 시기를 넘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조심스러운 편이지만 작품 선택에서는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이었거든요.도전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고 에너지를 받곤 해요. 이뤄지지 않더라도 상상하기만 해도 즐거워요. 계속해서 작품을 찾고 공부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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