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말라드 ⑨] '검소·자립·노력'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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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박경은·오수연·윤지은·호문예 수습기자
입력 2018-04-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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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명문가의 자녀 교육법

  • 美 월턴가·中 리자청가 아들들

'오너 리스크'. 사주 일가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빠질 위험을 말한다. 최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보듯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국내에선 잊을만 하면 터지는 고질적인 위험이 됐다. 외국 기업이라고 오너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창업주 3·4세의 일탈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하도 빈번하다보니 ‘갑질 테마주’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월턴가’, 중국 ‘리자청(李嘉誠)가’ 등의 사례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공정한 경제 생태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문화를 하루속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의 할인유통매장인 ‘월마트’ 창업주 샘 월턴은 대를 이은 근검절약 정신으로 유명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대공황 시대를 보낸 부모의 슬하에서 자란 그는 몸으로 검소함을 익혔다.

월턴은 유통사업으로 성공해 억만장자가 되지만 그의 일상에는 변함이 없었다. 1985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 1위에 선정될 만큼 돈이 많았지만, 당시에도 바닥 깔개에 구멍이 난 낡은 픽업트럭을 손수 몰고 다닐 정도였다.

자식들도 허투루 키우지 않았다. 일례로 월턴은 장남 롭슨 월턴과 차남 존 월턴에게도 대가 없이 용돈을 주는 법이 없었다. 월턴의 자식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나중에 정식 입사했을 때에도 특별대우 없이 작은 사무실 공간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중국 최대의 기업 집단 청쿵그룹의 창시자인 리자청 전 회장도 그의 아들들에게 검소한 삶을 가르쳤다. 리 전 회장은 자신의 두 아들 리쩌쥐와 리쩌카이에게 자립심을 강조했다. 유년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며 공부토록 했다.

두 아들은 아버지 회사에 입사하지도 않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일으켜 리쩌쥐는 부동산 개발회사, 리쩌카이는 토론토 투자은행의 최연소 파트너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스웨덴 최대 금융사인 발렌베리그룹의 발렌베리가는 대대로 노동의 가치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여름이면 정원의 잡초를 뽑고 가을이면 갈퀴질을 할 정도로 소탈하다.

발렌베리가는 그룹 후계자를 선정할 때도 노력을 강조한다. 혈통만으로 후계자가 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부모의 도움 없이 명문대를 졸업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 금융회사에서 경험을 수년간 쌓아야 비로소 발렌베리의 ‘회사원’으로 인정한다.

발렌베리그룹은 경영자라는 이유로 많은 급여도 지불하지 않는다. 발렌베리가의 급여는 이 회사 총수입의 1%도 되지 않는다. 대신 매년 전체 이익금의 85%를 대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에 기부하며 사회에 환원한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이유의 하나로 정신적인 가치 전달의 단절을 들 수 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잘못된 갑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선순위가 바뀌어버린 가치를 바로잡는 게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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