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대통령 지시에 이견은 의무…격의없는 토론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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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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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수석보좌관회의, 주재…"결론·군번·받아쓰기 없는 '3無 회의'"·"주무비서관도 참석해 의견"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개최,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파격적인 회의 운영을 예고했다.

과거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대통령과 참모가 다양한 의제를 격의 없이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고 '선토론 후결론'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며 "수석·보좌관 회의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이 회의를 지시사항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서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묻자 "잘못된 방향에 대해 한 번은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기인데, 그때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가버린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임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를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탈권위적인,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만들 생각”이라며 “참모들끼리 서로 토론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청와대 문화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병헌 정무수석이 "소수의견 해도 됩니까"라고 웃으며 묻자 문 대통령은 "반대의견 있었다는 것도 함께 (보도에) 나가도 좋다"고 즉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정책, 안보, 정무 이렇게 크게 구분되는데 정부 부처가 칸막이들이 있듯이 청와대 내부도 칸막이들이 생겨난다"며 "정책적인 사안이나 안보에 관한 사안이더라도,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다 싶은 사안들은 여기에 올려서 공유하고 논의해야 함께 일을 맞들면서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거론하며 "과거 이라크 파병은 한편으로 대단히 정무적 사안인데 상당 기간 동안 안보실에서만 논의돼 여론의 비판을 받으니까 비로소 정무에서도 논의에 참여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보다 일찍 (함께) 참여하면 똑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설득도 해가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안보라인에서만 이야기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석이 다 파악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며 "회의 안건들에 올라온 (내용을 다루는) 주무비서관은 함께 참여시켜서 혹시 논의가 깊이 들어가면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는 미리 정해진 결론이 없고, 배석한 비서관들도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라 국민의 참모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말씀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말하면 더 많은 정보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 걸러졌을테지 이렇게 생각하기 쉽고 자칫 잘못하면 황당한 얘기가 될 수 있다"며 "뭔가 그 문제에 대해 모르지만 느낌이 조금 이상하지 않냐, 상식적으로 안 맞지 않냐 이런 얘기를 자유롭게 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무회의도 마찬가지"라며 "국무회의도 똑같은 기조로 해야 한다는 것 다들 전파시켜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받아쓰기는 이제 필요 없다"며 "여기서 오간 내용을 전파하려면 자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자료는 정리해서 배포할 테니 여기서는 그냥 논의에만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페이퍼 회의를 하는데, 앞으로는 노트북 회의를 하겠다"며 "가급적 종이 문서를 사용하지 않고, 업무 시스템인 'e-지원'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하면 모든 게 그 속에 담겨 전자문서로 자동 저장·보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후와 목요일 오전에 정례적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굉장히 회의가 많고 회의에 치여서 허우적대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수보회의라도 최대한 줄이는 게 (참모들을) 도와 드리는 길"이라며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월요일, 목요일 정례적으로 할 필요 있을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월요일 오전에 회의하면 실무진이 일요일 특별근무를 하게 되니 월요일은 오후에 하겠다"며 "당분간은 제가 주재하고, 정착되면 한 번은 제가 하고 한 번은 비서실장이 주재하도록 하고 비서실장도 안 되면 정책실장께서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할 때도 대통령 지시사항하고 수보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구분해서 발표하면 된다"며 "수보회의가 이렇게 결정됐습니다(했습니다) 이렇게 발표하시면 될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가 청와대에 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국정을 놓고 볼 때 청와대가 머리라고 생각한다면 수석보좌관 회의는 중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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