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공존의 땅 갯벌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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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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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복잡한 도심 속을 벗어나 서해안으로 가다보면, 어느덧 끝도 없는 너른 갯벌과 마주치게 된다. 갯벌을 보면 걱정과 근심은 잠시 잊고 어머니 품의 풍요와 편안함을 느낀다. 썰물을 따라 서서히 드러나는 갯벌을 보노라면 새로운 세상의 탄생을 보는 것 같다.

미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마법과 같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운 곳’이라 칭한 것처럼, 갯벌은 쉼없이 뒤척이는 수많은 생명체를 내포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에 따르면 갯벌은 지구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단위면적당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 국내 연구결과도 갯벌 1㎢당 연간 가치는 63억원으로, 우리나라 갯벌 총면적 2487.2㎢의 경제적 가치는 매년 약 16조원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할 정도로 드넓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의 대형저서동물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의 공동해역인 와덴해 갯벌의 4.3배에 해당하는 717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갯벌은 개발과 성장이 중요한 가치였던 지난 반세기 동안 모진 고초를 겪어왔다. 생명의 기운이 왕성한 갯벌을 농경지와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간척 사업을 추진했고, 지난 26년간 여의도 면적의 약 247배인 716㎢에 달하는 갯벌이 사라졌다.

유일하게 만의 형태를 유지한 가로림만(加露林灣)도 지난 100여년간 간척사업 등으로 해역면적은 19%, 해안선은 50%가 감소했다.

크고 작은 매립과 간척으로 인해 서해 해안선은 톱니모양의 리아스식 해안을 직선으로 바꾸고 말았다. 단순 직선이 보기에는 좋지만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종 다양성은 그만큼 감소한 셈이다.

개발대상에 불과했던 갯벌은 20세기 후반부터 고유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보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변화가 나타났다. 갯벌을 육지로 개발하던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갯벌을 복원했다.

복원된 갯벌은 생태관광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독일 와덴해에 있는 인구 2000여명의 작은 섬 랑에오크(Langeoog)가 역간척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1920년대 목초지 조성을 위한 간척사업으로 생태계가 황폐해지게 되자, 1986년부터 갯벌 재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바닷물을 막았던 틀을 허물어 해수가 들어오자 수십 종의 철새가 다시 찾아오게 됐다. 또 10여년에 걸쳐 완전 복원된 생태계는 랑에오크를 하루 생태관광객 10만명에 관광수입이 지역경제의 99%를 차지하는 부유한 마을로 만들었다.

이처럼 갯벌 복원은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복원 이후 갯벌 그 자체를 이용하는 생태관광이나 친환경 갯벌어업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갯벌복원사업을 추진해 지금까지 8개소를 복원했다.

2010년에 복원한 순천만은 현재 매년 관광객 300만명과 일자리 700여명 창출 등으로 12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 중심의 생태관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갯벌복원지의 자연‧인문‧사회자원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생태관광 모델을 개발하고 해양생태마을도 지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보전가치가 높은 갯벌과 해양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해양생태계 등이 우수한 지역을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여의도 31배 면적(91.237㎢)의 가로림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가로림만은 ‘이슬을 더해 숲을 이룬다’는 뜻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어 생산성과 생물다양성이 높은 해역이다. 갯벌이 복원되면 그동안 훼손된 갯벌어장의 환경이 개선돼 어장기능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미래 세대도 이용하는 갯벌어장을 조성하기 위해 친환경 갯벌어장 관리기준이나 지속가능한 갯벌어장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 우리가 무분별하게 개발해버린 갯벌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할때다. 자연이 주는 혜택 그대로를 활용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공존과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깊은 샘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물 한바가지가 필요하듯, 갯벌복원 사업은 향후 갯벌이 선사할 무궁한 가치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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