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보낸 4일, 깊은 여운으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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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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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막탄 기수정 기자 =여름의 초입 6월, 필리핀 마닐라 남쪽에서 587 Km 떨어진 섬 '세부(Cebu)'로 여행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4시간여 걸려 도착한 세부.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에 머리가 벗겨질 것만 같았고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땀줄기에 온몸은 축축하게 젖었지만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청량음료처럼 상큼했다. 

휴양지인줄로만 알았던 세부에서 역사·문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경함까지 경험했고 이곳에서 보낸 특별한 시간은 다녀온 지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안기고 있다. 

◆스페인의 첫 정착지...산 페드로 요새 (FORT SAN PEDRO)
 

스페인의 통치를 받던 1783년,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부항구 바로 옆에 산 페드로 요새가 건설됐다. 다음은 산 페드로 요새 전경

마닐라보다 오래된 필리핀 최초의 식민도시 세부에 도착해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그는 세부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가 싶더니 이내 "필리핀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곳으로 안내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휴양지 세부가 가진 역사, 그것도 아픈 역사가 무엇일까 궁금해져 따라간 곳에서 거대한 요새를 볼 수 있었다. 산 페드로 요새다. 

1521년 어느 날 세부에 도착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지역 영주였던 라자 후마본 (Rajah Humabon)을 회유해 기독교로 개종시켰지만 4월 27일 막탄 섬에서 마젤란은 따르지 않았던 원주민 지도자였던 라푸라푸가 이끄는 군대와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스페인의 통치를 받던 1783년,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부항구 바로 옆에 산 페드로 요새가 건설됐다. 다음은 산 페드로 요새 초입 

라푸라푸가 마젤란을 죽이고 전투에서 이겼지만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나보다.

이후 스페인의 통치를 받던 1783년,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부항구 바로 옆에 산 페드로 요새가 건설됐다.

스페인 통치 시절에 건립돼서인지 스페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스페인 통치 말기에는 세부의 독립 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던 이곳 산 페드로 요새는 미국 식민지 시대에는 군막사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포로 수용소로 활용되는 등 뼈아픈 식민지 시절을 겪은 필리핀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는 곳이다. 

가이드는 "지금은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정원과 고풍스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어 소란스럽고 정신 없는 세부 다운타운에서 벗어나기 좋다."고 귀띔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페소(한화 785원)다. 

◆건망고 제작 과정을 '한 눈에'…프로푸드 망고 팩토리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에서 망고 선별작업을 하는 직원들[사진=프로푸드 망고 팩토리 제공]

세부의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본 후 기분이 가라앉은 나를 발견한 가이드는 "이제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겠다."며 대형 망고 공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열대과일 '망고'. 그 중에서도 필리핀 망고는 단연 으뜸으로 친다. 당도 높은 필리핀 망고가 세계인의 간식 '건망고'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에 도착했다.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는 필리핀에서도 가장 큰 망고 및 과일(파인애플, 바나나)를 건조 상태로 만드는 대형 기업체다.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혁표[사진=기수정 기자]

필리핀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 또는 필리핀 현지에서 구입하는 말린 망고나 말린 파인애플은 대부분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의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는 처음 둘러보지만 친숙한 느낌이다.

팩토리 투어 프로그램은 약 1시간 30분동안 이뤄진다. 공장 구석구석을 도보로 둘러보려면 반나절 이상은 걸리는 터라 장소를 옮길 때마다 카트로 이동한다.

싱싱한 생망고를 꼼꼼하게 세척한 후 잘게 잘라 건조하면 우리가 즐겨 먹는 달콤한 건망고가 탄생된다. 

생활의 달인은 여기에 있었다. LTE급 속도로 망고를 등급별로 분류하고 껍질을 벗겨내는 직원들의 모습에 절로 눈이 간다. 직원들의 땀방울로 재탄생된 건조과일은 전세계로 수출돼 많은 이들의 입맛을 충족시킨다. 
 

망고 팩토리 투어가 끝나고 한 어린이 여행객이 모형 망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투어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건망고를 만드는 다양한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고 영상을 통해 기업의 역사, 작업활동, 사회공헌 활동 등을 한눈에 볼 수도 있어 아이 동반 여행객에도 인기 만점이다. 

투어가 끝나면 갤러리로 향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제품을 시중가보다 조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투어는 최소 10명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프로푸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투어프로그램 참가 비용은 성인 기준 200페소(한화 4900원)이다. 

◆세부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한국…제이파크 아일랜드

하루종일 세부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나니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피곤이 몰려왔다. 휴식이 절실하기에 하루동안 함께 한 가이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예약한 숙소, 제이파크 아일랜드로 발걸음을 돌렸다. 
 

세부 제이파크 아일랜드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어? 이상하다. 분명히 세부에 있는 숙소인데 한국 느낌이 물씬 풍긴다. 타국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한국인 직원까지 상주하고 있어 머무는 내내 편안한 느낌이다.

제이파크 아일랜드 뷔페 레스토랑 아발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겹살 구이와 상추가 나온 것도 모자라 매운 떡볶이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타국에서 즐기는 삼겹살 구이라니, 꿀맛이 따로 없다.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제이파크 아일랜드 입간판이 워터파크 가는 길목에 세워져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한국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해 리조트를 조성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세부를 방문하는 관광객 1위가 '한국인'이란 점을 고려해 이처럼 배려한 듯 싶다.

워터파크 규모도 큰 편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하는 시간에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저녁에 펼쳐진다. 라이브 가수가 부르는 각국의 노래를 감상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파크 아일랜드 객실에서 바라본 해변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가족 단위 고객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조이캠프'도 한국인 관광객 이용률이 높다. 쿠킹클래스, 미니골프, 미술교육, 수중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적 효과는 물론 재미까지 동시에 선사한다.
 

제이파크 아일랜드만의 키즈 프로그램 '조이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쿠킹클래스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상주하는 여행사 직원을 통해 세부 시티투어, 보홀 1일투어 등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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