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칠포세대'의 판타지 담은 영화 '션샤인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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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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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션샤인러브' 스틸컷]

아주경제 김정은 기자 = '삼포세대', '오포세대'라더니 이제는 '칠포세대'란다. 요즘 20-30대 청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악의 취업난에 청년들은 청춘이 누려야 할 많은 것을 포기한다. 연애를 포기하고 인간관계를 포기한다. 치솟는 물가와 이를 떠받치지 못하는 임금에 내 집 마련,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다.

영화 ‘션샤인러브’는 '칠포세대'를 위한 판타지 영화다. 10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의 기자간담회에서 메가폰을 잡은 조은성 감독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주인공 길호의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면서 동시에 관객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준다.

사법고시, 회계사 시험, 7급 공무원 그리고 9급 공무원까지. 길호(오정세)는 과목을 바꿔가며 고시를 준비하다 노량진지킴이가 됐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시절 내내 자신을 짝사랑했던 정숙(조은지)을 만난다. "정수기 회사 가서 정수기나 팔라"며 길호가 홀대했던 정숙은 정말로 정수기 회사의 과장이 돼 나타났다. 그러곤 여전히 길호가 좋단다. 가진 것 하나 없는 고시생인데도 말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 길호와 정숙의 연애담을 담았다. 만년 고시생 남자와 사랑에 서툰 여자의 지질한 연애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군데군데 판타지적 요소를 삽입해 길호의 현실 도피를 돕는다. 고시 공부의 탈출구로 길호가 취미삼아 쓴 판타지 소설 '나는 공무원이다'를 70년대 액션 영화로 재현시키는 장면이 그렇다. 현실에선 별 볼일 없는 길호가 재현 영화 속에서 악당을 멋지게 물리치며 영웅 공무원이 되는 장면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준다. 동시에 B급 정서를 물씬 풍기는 과장된 대사와 카메라 앵글은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영화를 관통하는 코드는 모두에게 친숙한 만화 '은하철도 999'다. 감독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별' 에피소드를 차용했다. 길호는 영원한 행복이 있는 안드로메다에 가는 미래를 상상한다. 상상 속에서 길호는 메텔과 철이에게서 안드로메다행 티켓을 훔쳤지만, 고심 끝에 티켓을 주인에게 되돌려준다. 그러고선 "열심히 노력해 티켓을 스스로 얻겠다"고 말한다. 현실이 남루해도 소신껏 살고자 하는 길호의 모습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

만화적 요소로 주인공 길호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준 영화는 길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관객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줄만한 내용 전개를 택한다. 대학시절 폭탄이었던 정숙이 대기업 정수기 회사 과장이 된 설정부터가 그렇다. 정숙의 짝사랑이 몇 년이 지나 연애로 발전한 것도 그렇다. 길호와 정숙이 은하철도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가는 마지막 장면은 판타지의 정점을 찍는다. 결국 영화는 포기할 것만 생기는 청춘이어도 언젠가 꿈과 사랑을 이룰 것이란 희망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길호 역을 맡은 오정세 역시 관객에게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기자간담회에서 오정세는 '칠포세대'라 불리는 이 시대 청춘에게 "모든 것을 다 포기해도 사랑만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랑은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솔직한 연애담을 그리면서 관객의 판타지까지 실현시켜준 '션샤인러브'는 공감 200%를 노리는 영화다. 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에 아시안 필름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며 코믹하면서 감성적인 연출을 인정받았다. 오정세, 조은지 등 요즘 주목받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션샤인러브'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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