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광장무 추는 따마, 과거 홍위병에서 세계경제 큰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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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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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대혁명 홍위병 기억에 집단행동에서 소속감과 안정감 느껴

  • 2013년 황금싹쓸이에 이어 중국증시투자 광풍 주도

군복으로 복장을 통일한 채로 광장무를 추고 있는 중국의 따마들.[사진=신화사]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매일 아침과 저녁이면 중국의 광장이나 공원, 공터에는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들이 모여 집단이 되면, 단장역할을 하는 중년여성이 미리 준비해둔 확성기로 음악을 틀고, 이들은 모두 함께 리더의 지휘에 맞춰 군무를 춘다. 이를 중국에서 ‘광장무(廣場舞)’라고 부른다. 춤을 추는 이들은 주로 중년 여성이다. 이들을 중국어로 ‘따마(大媽, 큰어머니라는 뜻)’라고 부른다. 주로 50대에서 70대까지의 은퇴 아주머니들이나 연금생활자가 대부분이지만, 젊은 층도 꽤나 광장무에 참여한다. 광장무는 그만큼 광범위하고 자연스러운 중국의 사회활동이 됐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을 연출하기에, 외국인들의 눈에 신기한 관광포인트이기도 하다.

◆문혁시절 홍위병, 집단행동에서 안전감

중국의 어느 매체는 광장무를 추는 다마들의 숫자를 1억명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광장무를 추는 다마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고속도로에서 길이 밀리면 과감히 관광버스에 내려서 휴대용 확성기를 통해 음악을 틀어놓고 아스팔트 도로에서 광장무를 춘다. 100여명의 다마들이 군복을 맞춰입고 광장무를 추거나, 멋드러진 드레스를 공동구매해 광장무를 추는 모습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다. 다마들은 해외에서도 광장무를 춘다. 뉴욕의 한 공원에서 중국의 따마들이 광장무를 추자, 인근 주민들로부터 소음을 이유로 고발당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법정은 광장무를 주도했던 한 따마를 소환해 법정에 세웠다. 광장무의 소음은 중국에서도 문제가 됐다. 지금은 따마들이 음악소리를 조금 낮추는 배려를 하고 있다.

지난해 후난(湖南)사범대학의 황융쥔(黄勇軍) 교수는 중국 각지 1000여명의 따마를 조사한 후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황 교수는 광장무의 유래를 1990년대 국유기업 구조조정으로 잡았다. 당시 직업을 잃은 대량의 따마들은 시간이 많지만, 돈이 없었다. 이들은 광장이나 동네공터에 모여 음악을 틀고 광장무를 췄다. 이들은 보통 60대의 중년여성으로, 1960년대와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다. 당시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대거 홍위병이 되어 극단적인 집단주의를 추구했다. 매일같이 광장에 모여 줄을 맞춰 도열한 후, 함께 주자파를 비판하거나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등의 과격한 정치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도 따마들은 군무를 출 때 앞줄과 뒷줄의 간격을 맞춘다. 따마들은 이처럼 집단이 되어 광장무를 추면서 존재감과 자기만족감, 안전감 등을 느낀다는 게 황교수의 분석이다.
 

2013년 가족들과 함께 금은방을 찾아 금을 사재기하던 중국 따마들의 모습.[ㅇㄹ]



◆구매력 바탕 무서운 집단구매

세월이 흘러 가정경제의 돈줄을 쥐게 된 따마들은 경제분야에서 집단적인 위력을 떨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따마의 씀씀이 규모가 20~30대 젊은 층의 8배로 추산한 바 있다. 따마의 경제적 위력이 전세계 시장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3년 4월 황금싹쓸이를 하면서부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4월 금값이 대폭락했을 때 따마들이 10일동안 1000억위안을 지불해 300톤의 황금을 싹쓸이했다는 기사를 냈다. 300톤이라는 양은 전세계 황금 연간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매체는 이례적으로 ‘따마’라는 단어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저녁이면 모여서 광장무를 추는 따마들이 전세계 황금시장 주도세력”이라고 평했다.

황금가격은 2013년 4월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4월 12일부터 4월 15일 사이 금가가 온스당 1550달러에서 1321달러로 급락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따마들이 황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난징(南京)의 한 매장에서는 따마들이 황금을 모조리 구매해버렸는데도, 따마들이 줄지어 황금을 사겠다고 하자, 선전(深圳)에서 70여kg의 황금을 긴급히 항공 운수하여 수요에 부응했었다. 홍콩에 관광을 갔던 따마들은 당시 1개월동안 홍콩의 황금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당시는 달러화가치 상승으로 금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현재 황금가격은 온스당 1200달러선까지 낮아졌다. 따마들은 황금투자에서 이미 10%~25% 정도 손실이 난 상태다. 중국의 온라인 경제매체 중국경제망은 따마가 금값 하락으로 입은 손해가 지난해말까지 약 3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따마들은 후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미 집단적인 싹쓸이 구매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얻은 상태며, 지금도 금 장식품을 손절매할 생각은 없고, 평소에 착용하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증권사 객장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중국의 따마들.[사진=중국신문사]



◆중국증시 급등장 이끈 따마

따마들은 지난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며 중국에 비트코인 투기광풍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투자하락폭은 43.3%에 달한다. 비트코인 투자에서도 재미를 본 따마는 몇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제 중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급등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의 강세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중국의 따마라는 분석기사가 최근 심심챦게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내 유명한 경제평론가 셰궈중(謝國忠)은 “2007년, 2008년 증시 거품붕괴의 아픔을 6년의 광장무로 이겨낸 따마들이 증권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증시가 호황을 구가하기 시작하면서, 광장무를 추는 따마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도 여럿 보인다. 광장무를 추면서 즐겁게 소일하던 따마들이 이제는 증시 그래프를 보며 돈을 벌기 위해 주식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

7년전 중국증시는 대호황을 기록했었다. 당시 따마들은 컴퓨터에 익숙치 않아 은행에서 주식형 펀드를 구매했다. 그때 당시 펀드상품을 구매했던 따마들은 사실 지금까지도 펀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 무작정 구매에 나선 것이다. 물론 당시 투자성적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이제 다시 따마들이 직접투자에 나서자 중국의 평론가들은 따마들이 또다시 상투를 잡는 것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투자성적과는 별개로, 집단적 주식 구매열기는 다시 한번 세계 경제인들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대만은 올해 3분기 중국대륙 인민들에게 대만 주식시장을 개방할 방침이다. 아직 확정된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3분기면 개방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따마들의 주식구매열기에 놀란 대만의 국회의원들이 “따마들이 대만 증시에 투자해, 급등락장세를 만들어놓은 후 현금화시켜 먹튀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올해 초 대만의 평론가와 언론인들은 한바탕 설전을 벌여야 했다. 이들의 무서운 경제력과 집단구매는 우리나라에서도 목격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광장에서 광장무를 추고 있는 중국의 따마들.[사진=중국신문사]



◆한국 경제, 따마 영향권 편입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빼어난 쇼핑환경을 지닌 우리나라는 따마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명동, 동대문, 노량진 등에서 밥솥, 화장품, 김 등을 싹쓸이해가는 중국인 관광객들 역시 따마들이 많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612만6865명으로 전년 동기 432만6869명에 비해 41.6%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방한 외국인은 1608만684명으로 전년 (1484만6485명) 대비 8.3% 성장했으니,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일으켜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을 찾아 14조원 넘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 24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0만개가 넘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마는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상하이 인터넷 뉴스포털 신민왕(新民網)은 해외여행에 눈을 뜬 따마가 글로벌 부동산 침체기 속에 해외주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의 제주도가 주요 투자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전국의 중국인 소유 땅은 2014년 9월 말 현재 11.97㎢다. 서울 여의도(8.4㎢)의 1.4배가 넘는 면적이다. 지난해 부동산 보유량은 전년대비 67% 늘었다. 한 부동산중개상은 “실제 땅을 보러 와서 사는 중국인은 없고 서울에서 업자를 통해 단체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단체로 구매하는 팀은 주로 따마들이 참여한다. 따마들을 노린 기획부동산 업체들에 속아서 부동산을 구매했다는 피해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반면 불경기에 부동산을 제값에 판매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따마들은 기본적으로 장기간 자산을 묻혀두는 만큼, 미래 따마들이 미소를 지으며 한국의 부동산에서 휴양을 즐기거나, 자녀들에게 땅을 물려주며 뿌듯해 할 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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