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편 든 '무제 시편' 낸 고은 시인 "낮에는 책에, 밤에는 원고지에 열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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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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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나는 시에 관한 한 밤과 낮이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시의 시간이기도 하고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시의 시간이지요. 전천후라는 것이 내 시가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올해로 등단 55주년. 80세인 시인은 "지금도 낮에는 책에, 밤에는 원고지에 열광하고 있다"고 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는 고은 시인이다.

 올해 봄과 여름을 주로 해외에서 보낸 시인은 600편이 넘는 시가 든 시집 '무제 시편'(창비)을 냈다. 2년만에 낸 새 시집 '무제 시편'은 올 봄과 여름 두계절동안 폭발하 듯 써 내려간 시편이다. 

 18일 시집 출간 기념으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밤낮을 모르고 퍼부어 내린 시의 유성우"라고 말했다.


 시에는 제목이 따로 없다. 1번부터 539번까지 번호만 매겼다. 그는 "제목을 붙이지 않은 데도 분명한 까닭"이 있다고 했다.  

"시로부터 해방된 자로서 시의 가장 먼 곳에 있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고 했다.제목을 정하는 관습이 시를 갇히게 해 회의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시에 이름을 설정해서 시를 흡수시켜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건가,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관습인데 회의를 느꼈지요. 내 시는 해방의 언어다, 어떤 명제나 이데올로기나 고유명사에 속해있는 행위는 아니다, 시에게 자기 운명을 개척하도록 하
는 그런 의미입니다."

 '나는 돼지가 되어서도/시인이 되련다/돼지가 되어사/꿀꿀/구정물 속 주동이로/새파랗고 샛노랗고/새빨간 새하얀/아흐 새까만/ 시 몇편을 꿀꿀 쓰련다/(궁한날)

 '돼지가 되어서도 시를 쓰겠다는 시인은 시가 무력한 시대에 시인이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고 했다."사람들이 시에서 멀어지는 지금을 시의 죽음이라고 여기지 않고 시를 회생시키는게 제 존재 이유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올해 쓴 무제 시편 539편과 안성에서 살던 시대를 마무리하고 수원 광교산 자락에 근거지를 옮긴후 나온 근황을 담은 부록 시편 68편으로 나뉜다.  분량만 1천쪽이 넘는다.

 시인의 시는 대부분 길위에서 쓰여졌다. 올해 이탈리아 베네티아에 체류하면서 유럽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등을 바삐 오간덕분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외초청이 쇄도한다. 독일 베를린에 와 글만 쓰라는 초청도 받았고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한국문학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남은 시간을 창작에 쏟고 싶다고 했다.

 "유럽에 가면 사방에서 '미친갱이'처럼 초청이 들어와서 창작의 시간이 깨져요. 수원 광교산 자락에서 집념을 가지고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삶을 문학 자체에 충일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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