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이어 포스코도 女유리천장 부수기 동참...해외선 "갈 길 멀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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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4-04-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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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국내 여성임원 수 1위...포스코도 여성 임원 3인 중용

  • 해외선 한국 유리천장 지적...12년 연속 OECD 꼴찌

  • 일본은 상장사 여성 임원 비율 30% 목표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삼성전자,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해도 여성 임원 수를 지속해서 확대하며 '유리천장' 부수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공업에서도 포스코홀딩스가 여성 임원을 잇달아 기용하며 금녀의 벽을 허무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해외 전문기관은 한국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며 더 강도 높은 여성 관리자 지원·육성 정책을 주문했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이달 초 장인화 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여성 임원을 중용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팀장에 포스코그룹 사상 최초 여성 사업회사 대표인 이유경 엔투비 사장을 임명했다. 탄소중립팀 탄소중립전략담당에는 포스코 여성 공채 1기로 광양제철소 2제강공장장과 생산기술기획그룹장 등을 역임한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전략실장을 배치했다. 포스코·포스코퓨처엠 홍보그룹장과 포스코홀딩스 언론 담당 상무보를 지낸 한미향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장도 커뮤니케이션팀 홍보 담당에 선임됐다.

포스코홀딩스는 3명의 임원 외에도 그룹 브랜드 전략 강화 차원에서 전문 컨설턴트 출신인 이영화 상무보를 브랜드전략 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룹사에선 포스코이앤씨의 안미선 구매기획그룹장이 구매계약실장을 맡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 기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은 총 72명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사내 워킹맘 직원들에게 최신 공기청정기를 선물하는 등 여성 인재에 관한 애정을 꾸준히 드러낸 바 있는데, 지속적인 여성 임원 확대에도 이러한 이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 부문장(사장)도 지난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사내 다양성과 포용 문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임직원들에 이메일을 보내 "여성을 포함한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개인과 회사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도 본인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삼성전자가 조성한 다양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LG그룹도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여성 신규임원 8명, 기존 여성임원 승진자 9명을 포함해 그룹 전체 여성임원 61명을 배치하며 리더십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LG그룹의 여성 임원 수는 2019년 29명에서 5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났다.

이를 두고 LG그룹은 "전체 임원 승진자 수가 줄었음에도 여성 인재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승진했다"며 "기존 사업부서뿐 아니라 연구개발·사업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 인재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팅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상위 100개 국내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수는 439명으로, 전체 임원(7345명)의 6.0%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6명(8.9%)이 증가한 수치다.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9년 3.5%에서 2020년 4.1%, 2022년 5.6%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유리천장은 아직 견고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6일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2년 연속 OECD 회원국 29개국 가운데 꼴찌인 29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관리직 여성(등기·비등기임원)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은 각각 16.3%로 최하위권이었다. KCGI자산운용이 국내 주요 상장기업 370개 사를 분석한 자료를 봐도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여성 근로자 비율(27.7%)과 비교하면 여성의 고위 관리직 승진 기회가 남자보다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만의 노력으로 유리천장을 부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에서 여성 관리직 지원·육성을 위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과 함께 OECD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권(27~28위)에 위치한 일본은 정부 주도로 2030년까지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다. '여성 활약과 남녀 공동 참가를 위한 중점 방침'이라고 이름 붙인 이 정책은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에 상장한 기업은 2025년까지 여성 임원을 반드시 한 명 이상 선임하고, 2030년에는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두고 일본 내각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을 중시한다"며 "일본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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