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내로남불'?…"LG 인력 채용, 中업체 악습과 유사"

백승룡 기자입력 : 2019-05-03 14:14
LG화학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vs SK이노 "정당한 영업활동" 中 기업,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인력 영입해 격차 줄여 "후발주자 전략으로 볼 수도…공정한 시장질서 위반은 사실"

[사진=백승룡 기자]

[데일리동방]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배터리업계 1위' LG화학 경력자 76명을 채용한 정황은 중국식 '기술굴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으로 인력과 기술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예민한 상황을 감안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던 지난 2017년 이후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사이에 LG화학으로부터 연구개발·생산·품질·구매·영업 등 전지사업 전 직군에서 76명을 빼가는 데 이어 양산기술, 핵심공정기술, 프로젝트 동료 실명 등을 상세하게 제출하도록 한 것.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3일 "자사의 핵심 기술력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어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며 "이직 구성원은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이)근거 없는 이슈제기를 계속한다면 법적조치 등을 포함해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박에도 불구 SK이노베이션이 불과 2년 사이에 경쟁업체 직원 수십여명을 채용하는 모습은 결코 업계에서 일반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업체가 삼성전자 등에서 반도체 핵심인력을 빼가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좁히는 행태와 같은 악습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사실 SK이노베이션이 외국기업이었다면 진작부터 국제적인 갈등과 소송으로 이어졌을 일"이라며 "삼성전자 퇴직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하면 '인력유출'이고 LG화학 퇴직자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 '미래를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 되는건가"라며 반문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며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력을 영입해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퇴직자를 중심으로 이미 10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중국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 65%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점유율에서는 한국(4%)이 이미 중국(5%)에 뒤쳐졌다.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산업도 궁지에 몰렸다. LCD(액정표시장치)시장을 이끌어가던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는 중국업체 징둥팡(BOE)에게 LCD업계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후발주자인 BOE는 이직자가 기술을 유출하면 연봉을 2배로 쳐주며 빠르게 기술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OLED(액정표시장치)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연구원이 OLED 기술파일을 전달하다가 적발당하는 등 인력·기술유출 위협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 전문가는 "LG화학이 30여년에 걸쳐 투자해온 결실과 노하우를 SK이노베이션에서 단기간에 탈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며 "물론 후발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된다면 어느 기업도 돈과 시간을 들여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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