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6급 공무원 한 명이 뒤흔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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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8-12-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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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훈 정치사회부 기자

6급 공무원인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비리와 폭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연일 김 전 수사관 폭로에 초점을 맞춰 청와대를 비판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고 사태를 봉합하려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김 전 수사관이 저지른 비위행위는 골프장 향응 수수와 본인 인사 특혜, 특정 수사 개입 등이다. 도대체 특감반 수사관이 어떤 자리이기에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특감반 수사관은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와 공기관·단체장 임원 비리를 감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사실상 4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감사원 수준의 조사 권한을 갖는다. 특감반의 업무 자체가 고위인사 비리를 캐는 일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히 ‘급’이 되는 사람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장관·공기업 임원·대기업 임원 등 ‘급’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 첩보를 수집했다면 다행이지만, 권세를 부리고 비위를 저질렀다. 결국 정보와 권력이 집중되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보여줬다.

특히 총리실·검찰·경찰·감사원 등에서 해도 되는 업무를 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특별감찰반을 둬서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특감반 활동이 비리 수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업무를 담당하는 흥신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상 불법 사찰과 비리 첩보 수집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면, 환경부는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환경부 산하 기관장 사퇴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고 한다. 사퇴 동향 파악을 비리 첩보 수집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청와대는 빠르게 보고 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첩보’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정부 시절 ‘정윤회 문건’을 유출해 고발당한 박관천 전 경정 때와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사찰 DNA가 없다’는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김 전 수사관 개인 비리로 치부하기보다는 엄중히 받아들여 국정 감찰 시스템 변화를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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