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소비자 법안, 속타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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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서대웅 기자
입력 2021-04-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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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부진한 단체소송, 절차 간소화하고 소제기 단체 확대

  • 금소법 시행 후 비대면 서비스 사라져...영업 위축 '어쩌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5일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 STM(스마트 텔러 머신)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과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비대면 상품 판매와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30일까지 STM에서 새로 입출금 통장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에 빗장을 걸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다. 5180만 국민 중 소비자 아닌 사람은 없기에 명분은 확실하다. 기업들은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각종 규제만 더해져 속앓이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그동안 단체소송의 걸림돌로 지적된 요인을 해소했다. 단체소송은 2006년 도입됐지만 지난 15년간 소 제기는 8건에 그쳤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가 한정된 데다 소송 전에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절차가 오래 걸려서다.

단체소송은 공익을 위해 법에 정한 단체가 소비자의 생명·재산에 대한 권익 침해 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다. 사후 금전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소송 허가 절차를 폐지한다. 허가를 받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이 걸릴뿐더러 '소송 허가'만으로 사업자의 패소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고려했다.  

또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을 설립해 소비자 피해 구제와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한다. 정부가 일정 보조금을 지급하고 민간 중심으로 재원을 마련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벌써 걱정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인데 단체소송까지 활성화된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코로나 경제 위기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의 기를 살려주지는 못할망정 규제만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신동열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은 "우후죽순처럼 단체소송이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의 권익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 '현저성' 요건을 부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기업을 옥죄는 법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법 시행으로 금융소비자 권리가 강화되고 불완전판매 문제가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금융회사들은 영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 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를 어기면 관련 수입의 최대 50%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당장 금융사들은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 및 펀드 신규 업무,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 금소법에 걸릴 수 있는 일부 비대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금융사 직원들 역시 '몸 사리기'에 나섰다. 금소법에 따라 소비자가 금융상품 가입을 원하더라도 고객 재산 상황 등을 비췄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금융사 직원은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고 서명·기명날인·녹취 등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일선 영업 창구에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직후 금융당국이 혼선 방지를 위한 지침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으나, 일선 창구에서는 '금소법 본보기'가 되지 않기 위해 보수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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