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글로벌 1등 삼성의 ‘숙명’... 이젠 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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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10-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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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도 유럽·베트남 해외출장 재개

  • 일본서는 현지 통신사와 5G 사업 확장

  • 연내 회장 승진 등 체제 안정화 노릴 듯

2020년 글로벌 기준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스마트폰 시장 1위, TV 시장 1위, 세계 100대 브랜드 중 5위, 브랜드 가치 623억 달러 등등.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에 새긴 ‘1등 DNA’에 바탕한 유산이다. 빛나는 업적이지만 이를 이어나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큰 짐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이를 지켜내야 하고, 한발 더 도약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코로나19에도 해외출장 등 공격적 경영행보 재개 전망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장례식이 끝나고, 쉴 틈도 없이 해외출장 등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버지이자 그룹의 정신적 지주를 잃었지만, 이를 온전히 애도하기에는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미·중 갈등, 보호무역 확대, 사법 리스크, 사업 재편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은 경쟁 업체들의 공세가 매섭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 1위 삼성이 경쟁업체의 도전에 무너지면 단순히 한 회사의 위기가 아닌 국가적인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지난해 삼성 계열사 전체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5%가 넘는다. 좋든 싫든 이 부회장은 그룹의 수장으로서 이 같은 난제들을 풀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5G 등 미래 사업 챙겨야.... 다음 행선지 일본(?)
앞서 코로나19의 재확산에도 글로벌 출장 등을 재개하며, 이 부회장이 동분서주한 배경이다. 그는 이달에만 유럽과 베트남에 연이어 다녀왔다. 두 지역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삼성의 주요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출장에서 주요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럽 출장에서는 반도체 장비 협력사인 네덜란드의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협력을 논의했다. 베트남에서는 응우옌쑤언푹 총리 등과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 건립 중인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현황을 살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3일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며, 다음 행선지 후보에 대해서도 예고했다. 그는 당시 “올해 안에 일본 출장 계획도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본도 고객들을 만나러 한번 가기는 가야 한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통신사인 KDDI와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검증에 성공하는 등 일본 내에서 5세대이동통신(5G)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 내 정권이 바뀐 만큼 아베 정부 수출 규제 등의 지속 여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 회장의 장례식에 일본에서 많은 조문객이 오지는 못했지만, 생전 그는 현지 정계·재계에 많은 인맥을 두고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일본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 회장의 소식을 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킨십 확대 바탕 대형 M&A도 준비
글로벌 스킨십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형 인수·합병(M&A)에도 다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의 특장점 중 하나로 공격적 M&A를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가 꼽힌다. 그는 2014년 말과 2015년 삼성의 석유·방산,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2016년에는 9조원을 넘게 들여 미국 하만을 인수했다.

이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는 굵직한 M&A가 끊겼지만, 이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다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구글과 인텔, 중국의 화웨이와 SMIC 등 경쟁업체들이 그사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M&A를 이제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회장 승진과 지배구조 개편 등 이 부회장의 체제를 안정화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공식 회장으로 취임하며 4대 그룹 중 이 부회장만 '회장'에 오르지 못했다. 재계 1위 기업을 이끄는 수장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연내 결정을 해 다음해 온전한 ‘이재용 삼성 체제’를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벽이자 우선과제는 이 회장의 ‘공’과 ‘과’”라며 “이를 해결해야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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