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3년 장사하면서 최악"...'설 특수' 사라진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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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0-01-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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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명절 문화…설 앞둔 전통시장 '꽁꽁'

  • 불경기 심화에 꽉 닫힌 지갑

불경기 심화와 명절 문화 변화로 설을 앞두고도 소비자의 지갑이 닫혔다. 전통시장 설 특수도 옛말이 됐다.

22일 오전 찾은 서울 남대문 시장은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있음에도 손님 발길이 뜸해 북적거리지 않았다. 
 

22일 오전 방문한 남대문 시장. [사진=오수연 기자]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51세, 여)는 "남대문서 10년째 장사하는데 올해가 제일 어렵다. 보면 알겠지만 손님이 전혀 없다"며 "차례 지내는 집도 줄었고 제사상에 올릴 생선을 사도 비싸다고 1마리만 사간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모씨(60세, 남)는 "43년 장사하면서 최악"이라며 "밥은 먹어야 하니 음식 장사는 좀 되지만 다른 가게는 손님이 없다. 설 특수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를 끼고 있는 주택가 근처 전통시장도 다를 바 없었다.

앞서 지난 21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에서 아현건어물을 운영하는 한 상인(70대, 여)은 설을 맞아 선물과 제수 수요를 노리고 각종 건어물을 진열했다.

그는 "손님이 많아야 할 시간인데 우리 가게 뿐 아니라 시장 전체가 사람이 없다"며 "포는 제사상에 꼭 올라가는데 도통 안 나간다. 이제 차례를 안 지내는 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은 인접한 구로시장과 함께 큰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비슷했다. 인근 중국인 거주 지역이 있어 중국 최대 명절 춘절(설) 수요를 기대하는 실정이다.

채소 노점상 상인(60대, 여)은 "손님 10명 중 8명은 중국인이라 명절 특수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한국인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고향과일을 운영하는 소재풍씨(74세, 남)는 "반찬으로 먹을 채소, 생선은 사는 것 같지만 설이라고 과일을 사는 건 없다. 제수용이나 선물세트도 안 나간다"며 "전통시장이 저렴하다지만 요즘은 경기가 죽어서 손님이 도통 오질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1일 오후 방문한 아현시장. [사진=오수연 기자]

경기가 침체된데다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화 하는 것으로 명절 풍속이 바뀌어 설을 앞두고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 곳 시장에서는 미니 카트를 끌며 대량으로 구매하는 시민보다는 간소하게 비닐봉지 한두개를 들고 지나가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차례 음식을 준비하려고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는 한 시민(64세, 여)은 "생선과 밤 등을 샀는데 물가가 비싸다"며 "동태도 사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안 샀다"고 밝혔다.

아현시장에서 만난 장모씨(47세, 여)는 속옷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는 "설 선물을 구입하려고 시장을 방문했다"면서 "차례를 안 지내서 따로 제수 준비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고, 명절 의례에 대한 사고방식이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명절 의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축소하거나 안 해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의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약화돼 명절이라고 크게 상을 차리는 문화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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