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매직' 안 통하나…아시아나항공 연내매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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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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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매각·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동시 진행

  • 2조원 안팎 몸값 껑충…대기업도 인수 부담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 그동안 묵혀놨던 난제들을 차례차례 해결했다. 이는 구주 매출을 통한 자금 회수를 사실상 늦추는 새로운 인수·합병(M&A) 방식을 적용한 덕이다. 이 같은 M&A 방식을 '이동걸 매직'이라고 부르는 시장 관계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에서만큼은 이 회장 특유의 M&A 방식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M&A에서 구주 매출을 제외할 수 없는 탓이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최대 2조원까지 치솟으면서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 취임한 이후 산은은 전통적인 M&A 방식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10년을 끌어왔으나 이 회장의 취임 이후 매각이 마무리된 금호타이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된 더블스타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의 지분을 더블스타에 매각하지 않고 2대 주주로 남았다.

두 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동부제철 매각도 이 방식이 적용된 덕에 새주인을 찾았다. 올해 1월 초 매각 공고 후 3개월 만에 KG그룹·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산은은 이번에도 컨소시엄에 주식을 넘기고 자금 회수를 하는 대신 2대 주주로 남을 예정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구주 매출을 제외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만 진행할 수 없다. 박 전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이 M&A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동시에 하는 탓에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은 최대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항공업 라이센스에 관심을 가질만한 대기업 그룹도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거금이다.

만약 제3자 배정 유상증자만 진행하는 이동걸식 M&A 방식이라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과 그 계열사의 지분가치인 5000억~6000억원을 몸값에서 뺄 수 있다. 지금보다 원매자가 많아질 확률이 높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구주 매출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회장이 계속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참여할 꼬투리를 주는 것은 금융·정치권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구주 매출로 이 회장과 산은이 원매자를 찾기 한층 어려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그나마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애경그룹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KCGI 뿐이다. 안정적인 운영이 지속돼야 하는 항공업 특성상 KCGI가 단독 대주주에 올라서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럴 듯한 파트너를 구하기 전에는 KCGI가 인수전을 끝까지 진행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71.5% 줄어든 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대규모 M&A를 끝까지 마무리할 체력이 있을지 확실치 않다.

결국 인수전이 지지부진해지는 모습이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이동걸 매직은 묶여 있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목표로 했던 연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마땅한 원매자가 근시일 내 나타나야만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마치고 10~11월쯤 본입찰을 진행할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 취임 이후 산은의 강점은 구주 매출을 포기해 빠르게 새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는 강점이 묶여버린 탓에 과거 전통적 M&A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답답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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