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구이양 vs 충칭, 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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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2-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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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성장률 '톱3' 두 도시…경기둔화에 엇갈린 운명

  • '가난한 도시'에서 '빅데이터 메카'로 변신―구이양

  • 경기둔화 직격탄···침체하는 '자동차 도시'―충칭

충칭(왼쪽) vs 구이양[사진=웨이보]


지난해 중국 내륙에 위치한 두 도시, 구이양(貴陽)시와 충칭(重慶)시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 '빅데이터 메카' 구이양과 '자동차 도시' 충칭은 한때 중국에서 경제 활력이 가장 넘치는 도시로 전체 경제성장을 선도했던 도시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두 도시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하며 중국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톱3'에 줄곧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무역전쟁, 과다부채 등에 따른 중국 경기 하방 압력 속에 두 도시의 운명은 천지 차이였다. 4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술,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나선 구이양 경제는 줄곧 활기가 넘쳤지만, 충칭의 자동차 공장들은 경영난에 몸부림쳤다. 이는 고도의 질적 성장을 모색하는 중국이 직면한 위기와 기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자료=각 지방정부 통계]


◆'가난한 도시'에서 '빅데이터 메카'로

구이양이 속한 구이저우(貴州)성의 지난해 경제규모는 1조4806억4500만 위안(약 245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늘었다. 경제 성장률로는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1위였다. 이로써 구이저우성은 8년 연속 중국 GDP 증가율 '톱3'에 이름을 올렸다.

구이저우성 여럿 도시 중 GDP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도(省都) 구이양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에 달했다.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빅데이터 산업 발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사실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척박하기로 유명했다. 구이저우성의 약칭은 ‘귀할 귀(貴)’자다. 워낙 가난한 지역이라 모든 게 귀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 2000㎞ 떨어진 구이저우성은 오랫동안 '버려진 땅'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족에게 내몰린 이민족들, 주류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 이 땅에 모여 생활했다.

구이저우성이 경제 발전의 기지개를 켠 것은 2014년 1월 구이양에 ‘빅데이터 산업 특화 국가급 신구’인 구이안(貴安)신구가 조성되면서다. 이어 2015년 2월엔 이곳에 빅데이터 클러스터 발전시범구도 설립돼 중국의 '디지털 밸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엔 현재 인텔, 팍스콘, 알리바바, 화웨이, 커다쉰페이 등 중국 국내외 IT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2017년 말 기준 구이양의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3615억 위안에 달했다. 2016년 1300억 위안과 비교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미국 CNN이 2018년 3월 '구이저우:중국 빅데이터의 실리콘밸리'라는 제목으로 구이저우성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집중 조명했을 정도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2015년 구이저우에서 열린 제1회 빅데이터 박람회에서 "지금 구이저우에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개혁·개방 이후 선전과 저장성에서의 발전 기회를 놓쳤다면 구이저우성의 빅데이터 시장에 참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구이양시 빅데이터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구이양 내 일정 규모 이상의 빅데이터 기업이 모두 220개가 넘는다. 지난해에만 50개 기업이 추가로 생겨났다. 이들 빅데이터 기업의 주력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22.4% 늘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해 구이저우성에서 모두 1625개 실물경제 기업이 사업에 빅데이터와의 접목을 시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역 내 일정 규모 이상의  IT기술·인터넷 관련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비 75.6% 늘었다. 

구이저우성은 오는 2020년까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집적회로, 스마트단말기 등 분야 주력기업을 적극 육성 혹은 유치해 오는 2020년까지 빅데이터 전자IT 산업 생산액을 1000억 위안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구이저우성은 올해 경기하방 압력에도 GDP 성장률 목표치를 전년보다 0.1%포인트만 낮춘 9.0%로 제시하며 경제 성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른 지방정부들이 GDP 목표치를 평균 0.4% 포인트 인하, 일부는 최대 1.5% 포인트 낮춘 것과 비교된다

◆경기둔화 직격탄···침체하는 '자동차 도시'

반면 '자동차 제조 메카' 충칭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충칭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7%에서 2분기 6.5%로, 3분기엔 6.3%까지 추락,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간신히 6%를 사수했다. 2017년 9.3%에서 3%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016년 "충칭 경제는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처럼 뜨겁다"고 극찬했던 게 무색할 정도다. 

사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교두보’로 불리는 충칭은 산업 전반에 걸쳐 공업인프라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인구 3000만명의 거대한 도시다. 1960년대 냉전 당시 지도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이 미국·소련의 군사공격에 대비해 ‘제3선 건설’을 추진하며 연해지역의 군수·화공·철강 등 산업 시설을 이곳 내륙도시인 충칭으로 옮겼다. 탄탄한 중공업을 바탕으로 충칭은 중국 '자동차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산업이 경기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충칭시 자동차 산업생산액 증가율이 2017년 6.2%에서 2018년 -17.3%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에 전체 지역 산업생산액 증가율도 2017년 9.6%에서 2018년 0.5%로 급격히 둔화됐다. 충칭시 2차 산업 증가율도 2017년 9.5%에서 3%로 내려앉았다.

충칭을 대표하는 기업인 창안자동차 실적은 고꾸라졌다. 이미 선전거래소 공시를 통해 지난해 순익이 7억~7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89.49~92.99% 감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추둥양(邱冬陽) 충칭이공대 교수는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자동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충칭시 제조업이 침체기를 걷고 있는 게 최근 충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 자동차 산업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며 "전체 자동차 산업이 구조조정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충칭 유력 일간지 충칭일보는 지난달 14일 '충칭: 과학적으로 오늘날 경제 형세를 판단해 고도의 질적 성장을 굳건히 추진하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늘날 충칭 경제에 나타난 문제를 상세하게 짚기도 했다.

신문은 충칭시 경제가 직면한 문제점 중 하나로 자동차 판매량 감소를 꼽았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자금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전통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성장동력 약화를 상쇄할 만한 신흥산업이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충칭시 하이테크와 전략적 신흥 산업생산액은 전년 대비 각각 13.7%, 13.1% 증가했지만 자동차 산업을 대체해 지주산업으로 발전시키기에 역부족이란 얘기다. 

이에 충칭시는 자동차 산업을 친환경, 스마트 방면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충칭시는 자동차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안을 발표해 2020년까지 연간 신에너지차와 커넥티드카(무선인터넷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자동차) 생산량을 각각 20만대, 80만대까지 늘리고, 2022년엔 각각 40만대, 120만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충칭을 중국 친환경·커넥티드카 연구개발(R&D) 제조기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제조업 발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충칭시는 2020년까지 2500개 기업에 대한 스마트 개조작업을 실시하는 한편, 경쟁력있는 산업인터넷플랫폼 5곳, 스마트공장 20곳, 디지털화 된 작업장 200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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