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조어] 나도 혹시 관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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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8-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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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기다리던 영화 개봉에 맞춰 영화관을 찾은 A씨. 영화를 관람하던 중 뒷좌석에 있던 관람객이 자신의 의자를 차는 게 느껴졌다. 영화에 집중할 수 없어서 '의자 차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또다시 의자를 차기 시작했다. A씨는 다시 주의를 줄까 망설였지만, 자신 또한 민폐 관람객이 될까 참고 넘어갔다.

영화관, 공연장 등에 가면 별의별 관람객이 다 있다. 뒷사람이 앞좌석을 발로 차는 것은 기본이고, 상영 중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심지어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한자 '觀(볼 관)'과 영단어 'critical(크리티컬·비판적인)'을 합쳐 '관크족(族)'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 민간업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크를 경험한 적 있다'는 사람이 무려 96.1%에 달했다. 이 중 좌석에서 등을 떼고 앉아 수그린 채로 관람하는 '수구리형(71.5%)'과 어두운 곳에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시선을 빼앗아 집중할 수 없게 하는 '폰딧불형(71.5%)'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영화 중간중간 내용을 설명하는 '설명충형', 과도한 애정 행위를 하는 커플 바퀴벌레 '커퀴형' 또는 '샴쌍둥이형', 관람하며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먹방족' 등 유형도 다양했다.

외국에서는 관크족을 엄격하게 다룬다. 미국 뉴욕시는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전원을 끄지 않아 벨이 울리면 최고 50달러(약 5만8000원) 벌금을 부과한다. 일본은 전파 방해 시설을 설치해 사용 자체를 막아 버린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안내 직원이 레이저로 불빛을 쏴 사용을 제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관크족에 관대하다 보니 개인의 양심과 시민의식에 떠맡기고 있다. 오히려 피해 당사자나 직원이 행동을 제지하면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어 불편함을 느껴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관크족은 대부분 '내 돈 주고 온 건데 뭔 상관이야'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 돈을 주고 보러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공장소에선 '혼자만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얘기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상대방을 위해 조금만 조심한다면, 서로가 만족스러운 관람이 되지 않을까. 본인도 또 다른 관크족에게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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