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감자 먹방을 위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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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7-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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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장

  • 농진청, 신선도 유지하는 감자 품종 개발‧보급

구본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장.[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먹고 사는 이야기만큼 우리의 흥미를 끄는 주제가 있을까? TV를 봐도 꽤 많은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심지어는 특정한 먹거리를 요리하는 방법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비법이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그 먹거리 중에 최근 유독 주목받는 것이 올해 봄 내내 ‘금자’라고도 불렸던 감자다. 20㎏ 한 박스에 1만5000원도 안 하던 감자가 올봄에 17만원까지 비싸지니 시장에서도, 식당에서도, 우리 가족의 식탁에서도 감자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감자탕에 감자가 없다는 웃픈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감자는 긴 세월을 우리 식탁의 반찬으로, 먹거리가 부족할 때는 훌륭한 식사대용으로 쓰여 왔지만, 사실 감자의 원산지는 지구 반대편의 남미 페루 지방이다. 잉카의 후예인 페루 사람들은 감자를 스페인어로 파파(papa)라고 부르는데, 이는 교황 또는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16세기에 미대륙을 점령하였던 스페인 사람들이 감자를 유럽으로 가져가 주식(主食)으로 발전시켜 지금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현재 유럽 국민 1인이 1년간 소비하는 감자는 88㎏에 이른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감자 소비량은 2017년 기준으로 일인당 13㎏ 수준이다. 필자의 가족이 폴란드에서 일년을 산 적이 있었는데 평생 먹을 감자를 여기서 먹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던 아내의 말이 맞기도 한 것 같다.

감자는 탁월한 건강식품이다. 전문가들은 감자가 암‧고혈압‧당뇨병‧심근경색에 효능이 있으며 동맥경화와 뇌졸중 예방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비타민 C와 판토텐산 등의 영양소가 장기의 점막을 강화해 위암 예방효과가 있으며 위염‧위궤양‧간염 등의 증상 완화에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감자 재배면적은 점점 줄어들어 작년에 2만1000ha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왜일까?

국내산 감자는 넓은 면적에서 기계로 재배하는 수입산 감자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감자를 재배하는 시기에 기상조건이 불리하고, 병충해도 점점 많아져 외국에 비해 수량도 적다.

인력부족으로 감자를 심고 수확하기도 어려운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불리한 여건으로 인해 감자 재배면적은 매년 2%씩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최근에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감자 △새봉 △서홍 △은선 △하령 등은 맛이 좋고 병에 강하며 생산량도 많아 농업인들에게 인기를 얻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점점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갈아놓으면 1~2시간 안에 갈변돼 선호도가 떨어지는 기존 감자에 비해, 작년에 개발한 새 품종 ‘신선’은 6시간 이상 지나도 갈변하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신기술 보급 사업과 발맞춰 농업인들도 싱싱하고 건강한 감자를 안전농산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려고 애쓰고 있다.

농업이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에 서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연구-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국민 모두의 협업으로 건강한 국내 농산물을 생산하고 행복하게 소비하는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농업을 통해 ‘건강 먹거리 선순환’이 이뤄져야 비로소 마음 놓고 우리 건강에 좋은 먹방을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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