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국회에도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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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8-03-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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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정치부 기자]

남자와 여자는 직장 동료 사이다. 이 직장 6층 휴게실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소속된 부서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과 인턴 뽑는데 우리도 면접보자고 했어. 업무능력 필요 없어. 잘생기면 돼.”

남자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남자가 외모품평하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라고 한다.”

휴게실에 몇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곧 직장 상사 뒷담화, 타부서의 이기심 등으로 소재를 옮겨간 그들은 십여 분 뒤 휴게실을 떠났다.

지난 27일 직접 목격한 내용이다. 이 둘의 대화가 이뤄진 6층 휴게실은 바로 여의도 국회 본관에 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 구성원들조차 외모 품평에 무감각한 사실이 충격을 더했다.

민심에 둔감한 일부 의원들을 그들도 닮아간 것일까. 세상 밖은 미투 운동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국회 안에서는 여전히 외모지상주의, 성편견 등이 기생하고 있었다.

이들은 또 한 지붕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미 의원 보좌진 중에는 용기 내 미투 운동에 참여한 동료들이 있다.

그들은 아픈 기억을 꺼내 알렸다. 그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이제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으리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동료들의 용기를 변질시켰다. 또 왜곡된 반발 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

“업무 능력은 필요 없다. 잘생기면 된다”라는 발언은 미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자들에게 좋은 구실을 제공할 뿐이다. 결코 업무적으로나 대의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는 외모로 일하는 곳이 아니라 순전히 업무능력이 100% 발휘될 때 빛이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국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굴러간다. 하지만 그릇된 성편견을 가진 일부가 있는 한 국회 어느 곳에서라도 이 같은 발언이 다시 나올 수 있다.

‘남자는 복근을, 여자는 애교를’ 갖춰야 한다는 성편견에 둔감해지는 순간 국회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국회는 그간 국민의 신뢰보다 비난을 받아왔던 순간이 많았던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는 조속히 왜곡된 성편견을 걷어내는데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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