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수입맥주 잘 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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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2-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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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스트 포인트 맥주공장 내부 모습. [사진=발라스트 포인트 홈페이지]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2013년 1월 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의 혹평은 우리나라 맥주 애호가들의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수입산 맥주보다 국산 맥주 맛이 떨어진다는 내국인들의 의견을 외국인이 직접 팩트 체크를 해줬기 때문이다.

이같은 반응은 북한에서도 나왔다. 채널A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15년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행사 축하파티 자리에서 “한국 맥주는 정말 맛이 없다. 맥주는 확실히 우리 것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수입맥주 춘추전국시대다. 씨유(CU)와 지에스(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3사의 맥주 매출 구성을 보면 수입맥주 비중이 지난해 하반기 5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수입맥주를 찾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맥주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2010년 4690만3000리터이던 맥주 수입량은 2015년 1억6797만5000로 5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맥주 출고량은 19억992만리터에서 20억4083만리터로 6.85% 증가하는데 그쳤다.

맥주 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해외여행이나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다양한 세계맥주를 직·간접적으로 접해본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찾은 탓이다. 특히 편의점에서 500mm 사이즈 캔 맥주 4개를 만원에 판매하는 마케팅전략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사실 국내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맛이나 가격 면에서 떨어진다는 인식이 바닥에 깔린 게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다.

현재 소비자들은 수입맥주 중에서도 수제맥주로 대변되는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판매되는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에 관심을 두고 있다. 크래프트 비어란 소규모 양조업체가 대규모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한 맥주를 의미한다. 크래프트 맥주시장은 2015년 출고금액 기준 200억원으로 약 전체 맥주시장의 약 0.5% 수준으로 추정된다. 3년이 지난 2018년 현재 시장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 유명한 해외 브루어리(Brewery, 맥주공장)를 꼽자면 스톤(Stone)과 파운더스(Founders), 발라스트 포인트(Ballast Point) 등이다. 각자 생산되는 맥주마다 맛이 다른데 인디아 페일 에일(IPA, Indian Pale Ale)의 경우 공통적인 부분은 깊은 과일향과 높은 알콜 도수로 인한 묵직한 맛이 특징이다.

맥주 제조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한 장치산업이고 무엇보다 여전히 국내에선 에일이나 스타우트(흑맥주)에 비해 라거 맥주가 월등하게 많이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산 크래프트 비어 생산을 위해 여러 가지 규제완화에 나선 상태다. 즉 해외 수입맥주의 대항마로 국내 중소형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키워 경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 2015년 2월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제조한 맥주를 직접 만든 매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없앴다. 이후 지난해 2월에는 제11차 투자활성화 대책회의를 열고, 소규모맥주 제조업체에서 만든 맥주를 소매점에서도 유통이 가능토록 허용했다.

소비자들의 고급화된 입맛과 정부의 규제완화로 인해 크래프트 비어 업체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앞으로 확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2014년 이후 2017년 5월까지 500억원 규모의 투자자본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대동강 맥주와 국민IPA로 잘 알려진 더부스는 IBK캐피탈과 SBI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아 해외 양조장을 직접 구매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브루어리와 플래티넘브루어리, 어메이징브루어리 등도 투자를 받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배효근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업계 추정에 따르면 시장이 매년 100%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10년 후 맥주시장 점유율 10%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판매채널 확대에 따라 국내에서도 인수합병 등 해외와 유사한 성공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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