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오바마와 방탄소년단이 '낙하산 적폐'에게 주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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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정치・사회부 부국장
입력 2018-02-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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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out!" 매년 4월 세계 최고의 권력자와 그를 감시하는 기자들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만난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이다. 1924년 첫 행사 이래 올해 4월 28일 94회째 만찬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을 '거부'(1981년 피격당해 병원에 입원했던 로널드 레이건 이후 처음 불참)해 구설에 올랐다. 이 연례만찬의 '꽃'은 대통령 연설이다. 관례를 넘어 전통이 된 이 연설에는 반드시 '고품격 유머'를 담는다. 2016년 연례만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여덟번째 명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의 마지막 두 단어 "Obama out"(내 임기 끝)이라고 외치고 마이크를 가슴 높이에서 들고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얼굴에 웃음 가득, 특유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채. 참석자들은 포복절도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이크 드롭(Mic Drop)이다. 1980~90년대 일부 힙합 뮤지션, 코미디언들이 공연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나 잘했지?!'라는 뜻으로 행한 제스처다.

#BTS 'MIC Drop' 대한민국의 멋진 청년, 가수·춤꾼·래퍼 7명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인 스타다. 2017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 15인'(미국 연예 주간지 US위클리 선정)으로 나란히 선정된 BTS와 오바마 전 대통령. 이들은 마이크 드롭으로 이어진다. BTS 최근 히트곡 'MIC Drop' 끝 부분 가사는 이렇다. '더 볼 일 없어 마지막 인사야/할 말도 없어 사과도 하지 마/잘 봐 넌 그 꼴 나지/우린 탁 쏴 마치 콜라지/너의 각막 깜짝 놀라지/꽤 꽤 폼나지 포 포 폼나지 예에' 노래 끝 래퍼 슈가(민윤기)가 다양한 마이크 드롭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 곡은 오바마의 마이크 드롭에서 시작됐다. BTS 리더이자 영어를 담당하는 랩몬스터(RM)는 "마이크 드롭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곡"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철면피 가면 교체 작년 5월 대한민국 정권이 교체된 지 10개월이다. 그럼에도 '버티기'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공기업, 공공기관 고위직들은 오바마와 BTS의 마이크 드롭을 보고 배워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공기업, 공공기관, 정부 출연기관, 그리고 겉으로는 민영화됐지만 사실상의 공기업인 곳들(KT·한전·포스코 등)에 엄청난 '낙하산'이 내려갔다. 최고경영자 말고도 상임감사, 사내외(비상임)이사, 비영업직 간부, 게다가 위인설관으로 채용된 청와대와 국회 출신 임원 등이다. 자신을 채용한(혹은 도와준) 이들은 이미 물러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상당수의 이 낙하산들은 여전히 자리 보전을 위해 '열일 로비'하고 있다. 공공(公共)스러운 점에서 금융사 '철면피'들도 빼놓을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보듯 일부 민간 금융사의 지점장과 승진인사도 '빽'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서금회) 멤버라고 자랑하던 이들이 요즘엔 "난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 핵심"이라고 떠들고 다닌다. 성형수술이 아닌 가면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페이스오프' 수준이다.

#낄끼빠빠-나나보보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지라)하지 못하는 철면피들이 너무나 많다. 통계는 없지만 다 합치면 수천명은 될 듯싶다. 억대연봉에 무제한 법인카드,기사 딸린 차량 등 혜택은 받고 있지만 일 안 하고 신나게 놀고 먹지 않았는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는게 상식이자 도리다. 오바마와 BTS 따라하기, 마이크 드롭을 권한다. 그럼에도 버티기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이들은 정부와 청와대가 내보내야 한다. '나나보보'가 중요하다. 나갈 사람 나가고 보낼 사람 보내라. 이제 4년밖에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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