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금융권 최고의 직장은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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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0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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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산업은행이야 말로 '신의 직장'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을 '최고의 직장'으로 꼽는다.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들의 행적을 보면 '월급루팡'에 가깝다는 것이다. 월급루팡은 일은 안 하고 돈만 챙기는 월급도둑을 일컫는다.

한국GM만 봐도 그렇다. 산은은 한국GM의 2대 주주로서 대표이사를 제외한 이사진 10명 가운데 3명에 대한 추천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산은이 추천한 이사 3명이 이사진에 들어가 있다.

그동안 산은이 한국GM 이사로 추천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산은 임원 출신이었다. 2008년부터 산업은행이 추천한 이사 18명 중 9명이 산은 낙하산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GM 이사회의 회의록조차 구하지 못 할 만큼 무능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감한 자료에 접근할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둘러대고 있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말로 무책임한 것이다"며 "이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라도 문제를 알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돈만 받으면 땡이라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 낙하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관리·감독하는 기업들이 재취업 자리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휘청거릴 때마다 산은 출신 낙하산들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가 드러난 것이 대표 사례다. 산은 출신 임직원이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으나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부실이 곪아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알았다.

이달 초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이 무산됐을 때도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송문선 현 대우건설 사장에 대한 질타가 거셌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산은 출신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진 사퇴한 뒤에도 그 후임으로 산은 출신인 송문선 사장 선임을 산은에서 고집해서다.

현 정부에서도 낙하산 병폐는 고쳐지지 않았다. 최근 KDB생명 부사장 자리에 산은 퇴직임원을 내정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등 산은과 관계된 산업들이 세계적으로 '한물 간 산업'이긴 하다"면서도 "해당 기업들이 문제가 될 때마다 산은의 고질적인 낙하산 관행과 이들의 무능력이 비판 받는 것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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