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56)] LG화학 신약 ‘팩티브’…실패한 ‘제약 100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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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8-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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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개발사 LG생명과학, LG화학으로 결국 합병

LG생명과학(현 LG화학)의 ‘팩티브’ [아주경제 DB]


‘월드컵 4강에 비견할 제약 100년사 최대 쾌거’ 
한일월드컵이 치러진 이듬해인 2003년 4월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자체 개발한 퀴놀론 계열 항균제(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보건당국인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토종 신약 중 최초의 FDA 승인이다.

역사적인 성과라며 찬사가 이어졌다. 업계 전체가 들썩였다. 정부도 이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참석하는 축하 행사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관,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LG생명과학은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양흥준 사장은 “우리나라 제약산업 100여년 역사 최초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약이 탄생했다”면서 “우리나라가 철강·조선·자동차에 이어 제약 분야 강국 반열에 올라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매년 800억원 규모의 외화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팩티브는 1991년부터 10년이 넘는 연구·개발(R&D)을 거쳐 나온 제품이다.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30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들였고, 100여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투입됐다. 공격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실제 회사가 받아 든 성적은 초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2~2016년 국내개발신약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팩티브 생산액은 188억원에 그쳤다. 연간 생산액은 부침을 거듭했다. 2012년에는 30억원, 2013년 49억원, 2014년엔 58억어치가 만들어지며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2015년엔 17억원으로 꼬꾸라졌다. 다음 해인 2016년에는 34억원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이전 실적에 못 미쳤다.

전 세계 1위 제약 시장인 미국 성적도 저조했다. 팩티브는 2000년 한 차례 FDA에서 시판 승인을 거부당했다가 재신청을 통해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현지 파트너 업체가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신생 업체로 바뀌었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출시했지만 실적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제품 처방량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적응증(효능·효과) 확대에도 실패했다. 회사는 기존 적응증인 폐렴·기관지염용 항생제에 이어 부비동염(축농증)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히려고 했다. 그러나 FDA는 유사 약물보다 피부발진 같은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엔 팩티브 북미 유통을 맡고 있던 파트너사인 오시언트가 파산했다.

팩티브 실패는 LG생명과학이 LG화학으로 합병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G생명과학은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LGCI(현 ㈜LG)에서 2002년 재분사해 독립회사로 출범했다. 하지만 홀로서기에 실패하며 지난해 LG화학의 한 사업부문인 ‘생명과학사업본부’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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