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 보류...더 험악해진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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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7-10-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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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탈루냐 수반 "독립 여건 충분...갈등 해결 위해 스페인과 대화 가능"

  • 스페인 대화 수용 불가 시사..."모든 조치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 스코틀랜드·브라질 남부도 독립론 '솔솔'..."분열 부추길 수 있어"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독립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유럽연합(EU) 깃발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AP]


'대화'할까, '대치'할까.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일방적 독립 선언을 잠정 보류하고 스페인 중앙정부에 협상을 제안했다.이번 카탈루냐의 '투항'으로 극단적인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스페인내 정국 불안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태가 스코틀랜드 등 독립을 추진해왔던 또 다른 국가에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확산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탈루냐 "대화 원해" 스페인 "법 내에서"···대치 여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의회 연설을 통해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독립선언 요건이 충족됐으며 '카탈루냐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카탈루냐와 스페인 관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난 몇년간 이어졌던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대화로 풀 준비가 돼 있다"며 "양측 갈등 해소와 관계 재정립을 위해 의회는 독립 선언절차를 몇주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48시간 내 독립선언' 등 일방통행식 강경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한 것이다.

스페인 중앙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양측 대치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도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후퇴한 뒤 협상을 유도해 독립이 무산되더라도 자치권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정부는 여전히 완고한 상태여서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는 이날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대화 제안에 대해 "어떤 대화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화를 통한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동안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등을 '불법 행위'로 규정, 비난해왔다. 카탈루냐가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언할 경우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권 몰수·지방정부 해산 등 강경책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해온 이유다.

◆스코틀랜드도 독립 주민투표 으름장···"빈부격차 등이 갈등 요인" 


카를레스 자치정부 수반의 이번 제안으로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싼 투쟁은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앙정부와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또 다른 국가의 자치정부에 선례로 작용,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스코틀랜드는 내년께 또 다시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10일 SNP 전당대회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서 구심력을 잃고 있다"고 비판한 뒤 "브렉시트와 관련해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제2의 주민투표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BBC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볼때 2018년 말께 투표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 구상했던 '2019년 독립 투표, 통과시 2025년 독립' 등의 계획을 실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코틀랜드는 SNP 주도로 2014년 독립 찬반 투표를 추진했지만 반대(55.30%)가 찬성(44.70%)을 앞지르면서 독립이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주민투표 계획을 밝히면서 영국을 압박했다. 

B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브라질 남부 3개 주(파라나·산타 카타리나·히우 그란지 두 술)에서도 민간단체 주도로 두 번째 독립 주민투표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주들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정치·경제 혼란과 재정위기를 이유로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첫 번째 비공식 주민투표를 시행, 약 95%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지중해의 섬 코르시카에서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벨기에 북부 플란더스 지방에서도 가난한 남부와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관광국가 이탈리아의 북부 알토 알디제(영문명 남 티롤)와 롬바르디, 옛 베네치아 공화국의 중심지인 베네토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독립을 추구하는 자치주에는 대체로 관광업, 천연자원 등을 바탕으로 하는 부유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부유한 자치정부가 독립할 경우 국가 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내 분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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