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교섭력 균형이 합리적 노사관계 형성의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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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17-09-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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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국내 자동차산업의 악몽이 또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노사협상이 6개월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파업이라는 무기를 동원하여 회사에 압박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30년 전 저임금 노동과 인권문제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됐던 시기에 형성된 노사관계의 틀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현재와 같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금은 생산성이나 경영성과와는 직접적인 연계 없이 노사 간의 대립적인 투쟁과정을 거쳐 매년 3~4%씩 기본급이 상승함에 따라 세계 최고수준이 됐으며,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12.2%로 제조업의 정상적인 경영지표의 한계선이라는 10%를 넘었다. 근로유연성에서도 근로시간 운영, 파견제의 제조업 불허, 사내하도급 제한 등 법과 제도가 가장 경직돼 있다. 또 신차 투입시기와 물량조정, 배치전환 등에서도 노조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데,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노사가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립했다. 즉,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과 근로 유연성’을 양보하는 빅딜협상이 정착돼 있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신차개발 특성을 고려해 임금 및 단체협상 주기를 3~4년, 노조위원장 임기도 4년 단위로 하는 안정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임금체계도 직무와 성과급 비중이 높고, 경영상황에 따라 일시적 해고와 파견도 허용돼 있다.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과 함께 전환배치와 공장 간 물량조정은 회사 측의 고유권한으로 인정돼 있다. 특히 파업 요건이 까다롭고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사 간 교섭력의 균형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이 극단적인 파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법과 제도가 노조 측에 ‘갑’에 준하는 우월적인 힘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이 가능하며 투표방식과 기간에 제한이 없는 등 파업요건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파업 시 대체근로가 불가하며 직장 점거가 허용되는 반면, 파업에 대해 사용자가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도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돼 있다. 1년 단위의 교섭주기와 2년 단위의 짧은 노조위원장 임기 등도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데 제약요소다.

이러한 교섭력 불균형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성실한 협의보다는 힘에 의한 투쟁과 관행화된 파업이 매년 발생하게 돼 있다. 파업은 생산차질을 가져오고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경영상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1, 2, 3차 부품업계 조업중단 등 전반적인 생태계의 경쟁력 훼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 간 교섭력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생각되며, 이를 위해 법제도 개선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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