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신남향정책과 동남아 유학생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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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엄선영 통신원
입력 2017-09-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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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 총통 동남아학생 개학식 첫 참석

  • 장기적으로 정치·경제 네트워크 겨냥

타이베이시이민서에서 거류증 발급을 위해 대기중인 외국인들의 모습. [사진=엄선영 대만통신원]

거류증을 연장하기 위해서 타이베이시 이민서(臺北市 移民署)를 찾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한 유학생은 깜짝 놀랐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방문했을 뿐인데, 대기자 수가 이미 150명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대기 중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여권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였다.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들은 대만을 선택한 것을 상당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대만생활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일단 모국에서 가까운 거리와 학교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쓸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종교나 인종 간 갈등이 없고, 범죄율이 낮다. 인종·종교·사상 때문에 차별을 받는 일이 없다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체류기간 중에 갑자기 아플 경우 합리적인 가격에 신뢰가 가는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말레이시아에 온 한 유학생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거나, 신뢰가 가지 않는 곳에서 체류하는 것은 정말 힘들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걱정이 없다”며 대만의 의료환경을 만족스러워했다.

최근 들어 대만에 동남아시아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차이잉원(蔡英文)정부의 신남향(新南向)정책을 무시할 수 없다.

신남향정책이란 대만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국과 긴밀한 경제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차이 정부의 신남향정책은 소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고 나눠서 담는다’는 분산정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간 대만 내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우려가 있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보복이 있을 경우, 대만은 무방비상태에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중국으로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각종 보복을 겪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결코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차이 정부는 동남아 국가들과 전방위적인 상호교류협력을 위해 교육, 문화, 관광, 농업, 과학·기술, 무역, 이민정책 등 각기 분야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교육 분야는 단기적으로는 인재교류 차원, 중·장기적으로는 정치·경제 네트워크 형성까지 내다보고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지난 몇 년간 대학가는 중국대륙유학생으로부터 대학 재정을 충당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와 함께 급작스럽게 중국유학생이 줄어들게 되면, 대학 공동화(空洞化)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올해 들어 대만으로 가겠다는 중국유학생 서류 절차를 중국 측이 승인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 대학 관계당국은 울상을 짓기도 했다.

이에 대비해 차이 정부는 중국 대륙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 출신의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는 화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동남아 화교 출신 유학생을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화교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큰 그림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이 환영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 유학생들은 대학 교육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차이 총통은 최근 대만 남부 가오슝시(高雄市)에 총 400명의 동남아 학생이 참석하는 5개 직업전문 고등학교 합동 개학식 행사에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이 총통은 축사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후 대만과 동남아국가 관계의 교량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개학식 행사에 총통이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 정부가 신남향정책에 그만큼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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