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진칼럼]개혁과 개방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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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입력 2017-09-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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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


8월 31일 중국 공산당의 19차 당대회 일정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오는 10월 18일이다. 상당수 중국 분석가들은 시진핑 개인으로의 권력 집중과 이로 인한 권력 암투가 정리되기 쉽지 않아 이번 당대회가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빨라야 11월 중순, 심지어 일부는 올해를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보란 듯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당대회 일정을 내놓았다.

일정이 나오면 예측보도들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보도들이 쏟아졌지만 일치된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 전·현직 고위인사들이 참석하여 당대회의 중요한 사안이 미리 결정되는 8월의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에도 알려진 사안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장쩌민 전 주석이 참석했는지조차 불명확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전보다 더 확실히 비밀을 틀어쥐기로 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19차 당대회는 물론 중국의 중앙정치를 구체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듯하다. 그나마 확실한 내용이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강화다. 중국은 인터넷 안전법 등 언론 및 미디어 관련 법률을 재정비하고 통제를 강화했다. 이런 조치가 당대회 관련 정보들이 철저하게 봉쇄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NGO 관련 법률도 재정비했다. 정부기관이 NGO에 대해 거의 초법적인 강력한 조사권을 갖도록 명문화하고 해외 NGO의 책임부서가 민정부에서 공안부로 변경되었다. 중국에서 주요 행사를 앞두고 언론과 시민사회를 잡도리하는 것이야 흔한 일이지만 일시적인 감시와 단속 강화가 아니라 법률을 통해 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의 사회정책이 '보수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더 확실한 내용이 있다. 당대회 일정은 공식적으로 공산당의 정치국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언론들은 회의의 결정을 보도하는 형식으로 일정을 발표한다. CCTV에서는 아무런 치장도 없이 화면을 글자로 가득 채우고 앵커가 당대회 일정과 관련해 미사여구로 구성된 회의의 결정을 쭉 읽는다. 관영신문들도 동일한 내용을 전재한다. 워낙 뻔한 내용이라 눈치채기 쉽지 않지만 과거의 당대회 일정 보도와 달리 이번에 사라진 단어가 있다. '개혁'과 '개방'이다.

뜬금없이 눈에 띄는 단어도 보인다. 이른바 네 개의 자신감(自信)이다. 본래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에 대한 자신, 이론에 대한 자신, 제도에 대한 자신 등을 발언했었다. 시진핑 주석이 작년에 여기에 하나를 더해 문화에 대한 자신을 추가한 것이다. 당대회 이후의 중국 공산당은 더 비밀스럽고 더 보수적이며 더 자신감에 넘쳐 중국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필자 : 조형진 인천대학교(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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