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에 뒤통수 맞은 서민들 "이래서 대부업 찾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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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08-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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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이 2등급인데 대부업체에 연락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굳이 왜 살인적인 금리를 이용하나 했는데 이제서야 이해가 됩니다."

기습적인 8·2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 한도가 낮아지자 대부업에서 대출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서민들을 낭떠러지로 내몰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유형이나 대출만기, 금액 등과 상관없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를 40%로 적용하기로 했다.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서울 전역과 과천시, 세종시가 해당된다.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2일 열린 브리핑에서 LTV·DTI 시행 시기를 묻는 질문에 "금융업권에 대한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며 "입법예고 같은 절차를 생략해도 최소한 2주 정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말과 다르게 다음 날인 3일 효력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이 개정되기 전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을 우려해 각 금융회사에 바로 새로운 감독규정을 적용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3일 여의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예기간 없는 정책시행으로 인해 대출기관인 은행부터 우왕좌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일 오후 1시 넘어서 LTV·DTI가 40%로 강화됐다는 내용을 고객들에게 안내하라는 공문이 왔다"며 "계속 고객 응대를 하다 보니 내용을 숙지할 여유가 없어 공문을 봐가며 대출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대책 발표 당일에 등록된 대출을 부랴부랴 승인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일 오후 갑자기 공문이 들어와서 접수받은 대출은 야근하면서 등록을 마쳤다"고 전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건 대출 실수요자들이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에 5억원짜리 집을 살 때 LTV가 60%일 땐 3억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40%가 적용되면 2억원으로 1억원이 줄게 된다. 신설동에 사는 김모씨(41)는 "대책 발표와 동시에 대출을 틀어막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대출을 받으려고 준비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다 어그러져서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 빌리지 못한 대출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주담대의 부족분을 메우기는 부족하다.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은 근로소득원천징수확인서에 적힌 연봉의 100%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4000만원이라고 하면 최대 4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연체 여부, 해당 금융사와의 거래내역 등으로 신용등급이 메겨지면 한도는 이보다 낮아진다.

결국 부족한 한도를 메우기 위해 대부업에서의 추가 대출을 문의하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 

신수동에 사는 박모씨(32)는 "부모님이 목돈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주담대를 받기로 했는데 바뀐 정책 때문에 1억5000만원가량의 자금이 부족하다"며 "신용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연봉이 낮고 한도가 적어서 대부업을 알아보고 있다. 대부업체에 연락하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담대를 주택구입 목적으로만 해석하는 것도 문제다. 실제 주담대를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자금용도별 현황을 보면, 주택 구입 목적은 50% 수준이고 나머지는 기존 대출 상환(16.4%), 생계(11.9%) 등을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투기 차단이 아니라 서민들을 잡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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