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높기만 한 유리천장, 서럽기만 한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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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7-07-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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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자들 모인 '부인회' 활동 왕성

  • 계열사 여성 임원 전무

  • 비정규직 20대 여직원 성추행 사건 덮기에만 급급…폐쇄적 조직 문화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DGB금융그룹에는 부인회가 있다. 회장 사모님을 비롯해 계열사 CEO 부인, 지점장 배우자 등이 멤버다.

전신은 1975년 만들어진 '대구은행 부인회 봉사단'이다. 회원수가 300여명에 달하고 매년 100회 이상 봉사활동을 한다. 대충 날짜로 환산해도 1년의 4분의 1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이같은 모임은 요즘 시중은행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남편의 직장이 곧 아내의 직장이라는 사고 자체가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부인회'라는 명칭 자체도 의아하다. 바꿔 생각해보면 여성 지점장급 이상 '남편'은 가입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점도 든다. 그만큼 여성 간부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DG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여성 임원은 현재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대구은행이 최근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과장 등 간부급 직원 4명이 20대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거나 근무시간 중에도 수시로 불러내 입맞춤을 요구했다. 

문제는 사건 발생 후 대구은행의 태도다. 조직 보신주의가 발동해 쉬쉬하며 덮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직원 입단속부터 했다.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등 은폐를 위한 대책 회의도 열었다.  

부인회와 이번 성추행 사건을 연결 짓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례를 통해 대구은행의 조직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과 비정규직 여직원의 서러움은 서로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질타가 거세지자 대구은행은 뒤늦게야 성희롱 예방, 직장 내 남녀평등 구현, 조직문화 혁신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직장내 '을'에 대한 갑질이 빈번했고 남녀차별이 만연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조직문화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건 과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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