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내몰린 문예지…'문예중앙' '작가세계' 등 잇단 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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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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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난에 사실상 폐간 조치…'블랙리스트' 후폭풍 지적도

[사진=문예중앙·작가세계 제공]


박상훈 기자 =통권 100호를 넘기는 등 국내 문학계에 영향력을 미쳐 온 계간 문예지들이 재정난 등의 이유로 잇따라 휴간에 들어갔다.

40년 역사를 지닌 문예지 '문예중앙'은 2017년 여름호(통권 150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한다. 사실상 폐간인 셈이다. 문예중앙은 여름호 편집장의 글에서 '잠정 휴간'을 독자들에게 고지했다. 문예중앙을 발간하는 중앙북스 측은 "최근 수년간 정기구독자 급감, 정부 지원 감소 등으로 적자가 누적돼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며 "'문예중앙시선'도 계약된 6건까지만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7년 중앙일보사가 창간한 문예중앙은 그동안 박상우, 신경숙, 조해진 등의 소설가와 김민정, 문태준, 박용하, 이영광, 이현승 등의 시인 그리고 조영일, 함돈균 등의 평론가를 발굴했다. 문예중앙은 '문학과사회', '실천문학', '창작과비평' 등 사회 참여적 성향의 문예지와는 달리 문학 본연의 가치에 주목해 온 문예지로 평가받아 왔다.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부터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아 여느 문예지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으로 알려졌던 만큼 문예중앙의 무기한 폐간 소식은 문학계와 출판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던졌다. 한 출판사 대표는 "문예중앙 같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예지의 정기구독자 수가 고작 몇십명이고, 서점 판매는 거의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군소 문예지는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고 개탄했다.

문예지 '작가세계'도 2017년 봄호(통권 112호)를 마지막으로 1년간의 휴간에 들어간다. 작가세계 편집위원인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편집후기를 통해 "요즘 문학잡지의 경영학적 수지가 썩 좋지 못하다 보니 있던 잡지들 많이 사라지고 대신에 대중성을 끌어 올린다는 명분의 새 잡지들이 나타났지만 미래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며 '작가세계의 면면한 전통 또한 지금도 어떤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작가세계가 늘 푸르른, 푸르고 푸른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작가세계를 운영하는 출판사 세계사 측은 "재정상의 이유로 휴간을 하지만, 폐간은 아니다"며 "내년 여름호를 다시 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989년 여름호를 내며 창간한 작가세계는 김경욱, 김연수, 손홍규 등의 소설가와 신용목 시인 등을 발굴하는 등 그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이어져 왔으나, 한동안 최수호 대표가 자신의 사비로 제작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난으로 문예지의 맥이 끊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엔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이 겨울호(통권 100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했고, 민음사가 1976년부터 낸 '세계의 문학'도 겨울호(통권 158호)를 마지막으로 40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출판계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안 그래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문예지들을 고사 위기로 내몰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중단했던 '우수문예지 발간사업'을 최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30종 안팎의 문예지를 선정해 500만~2400만원을 수록 작품에 대한 원고료로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정부의 지원금만으로는 문예지 전체 제작비를 채울 수 없는 만큼 상황이 쉽게 나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효율적인 정부 지원금 배분도 중요하겠지만, 문예지를 과연 몇 번이나 내 돈 주고 사 봤는지, 동네 도서관에 비치된 문예지를 관심 있게 보긴 했었는지 등을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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