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알렉시예비치 "소박하고 작은 사람들의 증언 다루는 게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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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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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서 기조강연…"권력에 여성들 더 진출해야"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공산주의 이념의 민낯을 일반적인 사람들, 소박하고 작은 사람들을 통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논픽션 방식의 소설을 선택하게 됐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이른바 '목소리 소설'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내가 40여년간 써온 것은 소련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알렉시예비치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과 세미나룸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았다. 그는 '미래에 관한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취재한 체르노빌 사태를 바탕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죽음'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알렉시예비치는 그동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마지막 목격자들' 등을 통해 여성들, 원전 사고를 겪은 이들, 전쟁을 목격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논픽션 형식의 소설로 담아왔다. 그는 "국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이용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놀라운데, 그 사람들의 역사는 간과되기 쉽다. 그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문학"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200~500명을 인터뷰하는데, 1명을 5~7번씩 만나다 보니 한 작품에만 5~10년은 걸린다. 그는 "인터뷰 주제뿐 아니라 최대한 삶 전반에 대해 묻고 대화한다"며 "팩트보다 인간의 정신성에 더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한다"고 말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사진=연합뉴스]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온 알렉시예비치는 "한국도 중국·일본과 마찬가지로 아직 남성들의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주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권력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한다면 전쟁은 줄어들 것이다. 전쟁이 없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여성 국방장관이 빈번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본격 문학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는 "세월호 같은 비극적 주제를 세속적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선 저널리즘적인 접근뿐 아니라 사회학·문학·신학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2000년, 2005년, 2011년에 이어 네 번째 열리는 포럼으로, 세계문학의 중심에 있는 해외의 저명작가들과 국내 문학계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함께 모여 문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의 사유와 삶, 문학 등을 자유로이 교류한다.

올해 대회에는 알렉시예비치 외에도 △장-마리 르 클레지오(프랑스, 소설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위화(중국·소설가) △로버트 하스(미국·시인) △벤 오크리(영국·시인·소설가) △앙투완 콩파뇽(프랑스·평론가) 등 10개국의 작가 13명이 참석한다.

국내에선 △고은(시인) △황석영(소설가) △유종호(평론가) △현기영(소설가) △오정희(소설가) △김우창(평론가·조직위원장) △도종환(국회의원·시인) △최원식(평론가·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연수(소설가) △은희경(소설가) △황선미(동화작가) 등 50여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라는 주제로 후기 산업시대의 도래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초래된 순수문학의 위축, 문학의 상품화, 문학의 전자·영상매체와의 경쟁 등 변화된 환경 속에 놓인 문학의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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