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북한…‘애증’의 북·중 동맹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4-20 1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베이징-평양 노선 중단으로 본 중국의 고민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중국이 중국국제항공의 베이징(北京)~평양 노선 운항을 17일부터 중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관광의 안전을 우려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했다는 것이지만 중국 정부의 대북 경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노선은 사실상 중국에서 북한을 잇는 유일한 항공노선이었기 때문이다.

거듭된 미국과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다시 발사한 북한에 대한 중국발 제재라는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드라이브에 중국이 대북 입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얼마나 진지한가, 또는 얼마나 영향력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가를 이해하려면 우선 양국 간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을 확약한 동맹조약이 여전히 폐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북·중동맹이 ‘대칭동맹(symmetric alliance)’에서 ‘비대칭동맹(asymmetric alliance)’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비대칭동맹, 즉 강대국과 약소국 간 맺어진 동맹은 강대국이 약소국으로부터 동맹을 통해 얻을 안보이득보다는 약소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율성 이득에 대한 기대가 크기 마련이다.

약소국도 자국의 자율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보다 시급한 안보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국익의 관점에서 동맹을 맺고 유지한다.

이러한 틀을 북·중관계에 대입해보면 북한의 핵개발 이유 및 중국의 대북 인식을 다소나마 유추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북·중동맹은 대칭동맹에서 비대칭동맹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과의 동맹 유지과정에서 점차 자율성을 희생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에 직면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정권의 공고성을 다져온 북한에게 대 중국 의존도 상승은 또 하나의 위협 요소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은 단순히 미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맹 내 강대국 중국의 영향력 점증 속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유지 및 강화하려는 북한의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중국도 이제는 읽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실질적 이유는 주변국의 핵 보유 자체를 원치 않기보다는, 북한이 자국에 순응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안보이익을 얻는 대신 자율성을 일부 내려놓는 것처럼 중국은 북한도 자신의 안보의 틀 속에서 동맹국으로 종속되기를 내심 바란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중국은 동맹 강국으로서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그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로 인한 북·미 간 무력분쟁에 중국이 ‘연루’될 위기에 종종 처하곤 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의 개입을 불러들여 자신의 ‘앞마당’을 위태롭게 한다는 불만인 것이다.

또한 북한을 압박하라는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커져가는 목소리에 봉착하곤 했다. 북·미 분쟁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부르짖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안전을 지켜줬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북 원조를 음으로 양으로 제공함으로써 북한정권의 대중국 의존도를 높여왔다. 한마디로 지정학적 가치를 움켜쥔 북한 외교술의 승리였던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북한은 중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약자의 힘(the power of the weak)’을 강화시켰다. 바로 여기에 중국이 소위 말하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한계”가 있다.

최근 남중국해 이슈 등 미·중 간 세력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눈에 비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사실상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있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에 북한 관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북한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제약하면서 북한정권의 붕괴 등 급작스런 혼란사태의 가능성도 최대한 방지·대비하는 것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끌어내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보일 만한, 하지만 북한정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준까지는 아닌 대북 제재조치를 공개적으로 취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재는 북한정권에 대한 실질적 타격보다는 대외적으로 강한 제재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것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북한과의 항공노선 운항 중단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중국으로서는 북한문제 때문에 서로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말자는 미국과의 합의만 명확하다면 ‘문제아’ 북한을 한반도 북쪽지역에 고립시키거나 아예 외면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다. 중국의 대미 불신감 혹은 피해감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매우 강하며,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중국은 향후 한반도 통일의 주체로 한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 도돌이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며 북한정권을 연장시키고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상징성이 강한 대북제재 카드를 빼들면서 말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감행되더라도 중국이 근본적으로 다른 대응책을 내놓을 개연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거나,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건데 두 가지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