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봄 안 보이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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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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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펀드매니저들이 무더기로 금융당국 징계를 받아 난리가 났어요. 한동안 분위기도 안 좋고, 영업 활동도 위축되겠죠."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얘기다. 지난 14일 금융투자업계 종사자가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요즘 업계 분위기가 나쁠 수밖에 없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월 중순이다. 보름 앞으로 봄이 다가왔다. 하지만 좀처럼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되레 자꾸 악재만 터진다. 엎친 데 덮친 격이고, 첩첩산중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업계 종사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채권 중개인과 운용역 등 무려 110명에 이른다. 채권시장에서 발생한 부당한 재산상의 이익 수령과 제공 행위가 문제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와 필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부과된 과태료는 1개사당 최대 5000만원에 달했다.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중개업자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재산상의 이익을 받을 수 없지만, 위반 업체들은 골프 접대와 해외 가족여행 경비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선 자업자득이라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금투업계는 이미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실적이 가장 큰 문제다.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증권사도 여러 곳 있다.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주식 거래가 크게 줄었다. 이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살림도 어려운 판에 이미 갖고 있던 밥그릇마저 빼앗길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가 신탁업법을 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신탁업법을 8년 만에 분리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은행권은 수혜를 톡톡히 누리겠지만, 금투업계 입장에선 굴러온 돌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된다. 물론 법의 보호만 받으려 하지 말고, 실력으로 경쟁해 이기면 된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애시당초 덩치와 체력에서 우위에 있는 경쟁자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미들급 선수들 간 시합에 헤비급 선수가 낀 것 같은 느낌이다.

금투업계를 대변하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도 "개별법 제정은 기능별 규율 원칙이라는 자본시장법 제정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은행권에 투자일임계약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허용하더니, 1년 만에 비슷한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황영기 회장이 총대를 메고 신탁업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금투업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것이란 기대감은 적은 게 사실이다.

어차피 정부가 모든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정들을 진행해 나가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종사자는 "정책적으로 보면 늘 은행에 밀려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금투업계의 겨울나기가 유난히 힘겨워 보인다. 그렇다고 불만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 경영이나 영업에 있어서 법과 규제에 어긋난 점이 있다면 냉철히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과 제도 등이 불리하게 바뀔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 역시 정책 방향이 특정 업권에 편향돼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새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과 한·중 마찰, 국내 탄핵 이슈 등 악재가 단박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규제 리스크까지 커진다면 금투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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