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골프업계에도 파장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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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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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대골프 사라지면서 고가 골프회원권값 폭락·골프용품 판매 위축 전망…그린피 할인 가속화해 골프대중화 앞당기고 골프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도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 시행되면 골프업계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구CC 제공]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 법은 후속작업을 거쳐 오는 9월28일 시행되게 됐다. 이 법은 국내 골프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무엇보다 소수 회원으로 운영하는 고급 회원제골프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킹(예약)이 쉬운 고가 골프회원권은 대부분 접대골프 용도로 구매한다. 그러나 접대골프가 불가능하게 되면, 회원권 이용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므로 가격도 폭락하게 된다. 팔려는 법인·개인은 많지만 사려는 법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입회금 반환 사태도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120개 골프회원권의 평균 가격은 2008년 4월 3억1705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지속, 올해 6월에는 1억1074만원으로 정점 대비 65.1% 폭락했다. 현재 거래되는 골프장 회원권 중 최고가는 가평베네스트GC와 남부CC로 6억5000만∼6억6000만원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가 회원권을 중심으로 골프회원권값은 20∼30%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회원제골프장의 주말 내장객 가운데 10∼15%가 접대골프로 온 사람들이다. 특히 법인회원권 이용객은 50%가 접대골프로 추정된다. 이를 환산하면 접대골프 인구는 400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기명 회원권도 법망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예컨대 5억원짜리 무기명 회원권이 있고, 이를 보유한 일행의 주말 그린피는 5만원이라고 하자. 그러나 접대골프가 사법당국에 적발될 경우 무기명 회원 그린피 5만원을 적용하는게 아니라, 비회원 그린피(고급 골프장 주말 평균 26만원)를 적용한다. 여기에 캐디피(3만원), 카트비(2만원), 식대 및 선물비 등을 포함할 경우 접대골프에 드는 돈은 40만원 수준에 달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식사(다과·주류 등)는 3만원, 선물(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은 5만원, 경조사비용(축의금 조의금 화환 조화 등)은 10만원이 한도다.

다른 시각도 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법이 시행되면 법인의 경우는 내장객 확인이 어려운 무기명 회원권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 무기명-기명 회원권간 차별화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일단 각자 그린피를 계산한 후 나중에 돌려받거나, 미리 현금을 분배한 후 각자 계산하게 하는 식의 편법이 횡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법은 골프용품업계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접대용으로 구입하는 클럽이나 볼 등의 매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골프볼 매출액이 30% 급감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 법으로 인해 비회원 골퍼들을 유치하기 위한 그린피 할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골프접대가 금지되면 주말에도 빈 자리가 늘어나면서 회원제-퍼블릭 골프장간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가 비싼 비회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원제골프장의 그린피는 퍼블릭골프장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퍼블릭골프장의 그린피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퍼블릭골프장의 경영수지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법이 골프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비싼 골프장에서 공짜로 접대받으면서 부정한 거래를 한다고 생각한데 따른 것이었다. 골프접대가 금지되고, 자기 돈 내고 골프를 하며, 회원권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이같은 시각은 개선될 듯하다. 또 접대 수요가 차지했던 자리를 개인 수요가 메우면서 골프장산업이 정상화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골프가 사라지면서 고가 회원권이 폭락하겠지만, 사치성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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