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금융정책에 가랑이 찢어지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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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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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슬기 기자]

 
아주경제 장슬기·윤주혜 기자 = 금융당국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에 금융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이동제,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이 제시한 정책들은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ISA 판매가 14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특히 이번 정책은 은행도 고객 자산을 위임받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일임형 ISA 수수료를 책정해 본격 판매에 돌입한 것과 달리, 은행은 여전히 일임형 ISA 판매를 위한 준비만 하고 있다
. 출시일이 빠듯해 필요한 시스템을 아직 정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신탁형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은 약 3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해 전산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ISA 관련 인력 보충도 힘든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권사에 비해 시스템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태여서 초반 시장 선점이 쉽지 않을 것이다"며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라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빠듯해 (일임형 ISA는)출시일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컨소시엄은 금융권 IT 인력을 충원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구성을 마쳤으나 사업 구체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올해 3분기 중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연내 출범은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직원들이 입주할 신사옥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케이뱅크 역시 중금리대출이나 간편결제 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사업 구체화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직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시일이 훨씬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계좌이동제도 금융사들의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계좌이동제는 페이인포 홈페이지를 통해 본인 계좌에 지정돼 있는 자동이체 은행을 간편하게 옮기는 서비스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은행들은 혜택을 담은 주거래은행 상품을 내놓는 등 '집토끼 지키기'에 혈안이 된 상태다. 금융당국이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킨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다모아, 금융상품 한눈에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제도는 금융상품 금리와 가격을 온라인상에서 비교가능하게끔 마련된 서비스다. 하지만 정작 실제 상품과 차이를 보이는 등 활용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또한 성급한 출시로 인한 한계라는 의견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의 '보여주기식 정책'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다보니 정상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제도 개혁적인 면에서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현실감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금융사의 잘못된 영업 행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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