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야근·주말근무까지 활기찬 성동조선해양 “이런 회사를 문 닫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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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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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째 선박인 10만9000t급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켠에 위치한 블록에서는 직원들의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고, 골리앗 크레인도 자재를 옮기고 있다. 이들은 로드아웃이 끝난 오후 9시까지 조업을 진행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새벽까지 조선소에 남아 일했다.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된 23일 토요일에도 대부분의 직원이 출근했다.[사진= 성동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통영) 채명석 기자 = 194만4000㎡(약 59만평)에 달하는 조선소 부지에는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22일 오후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광경이었다. 이날 성동조선해양은 200번째 육상에서 건조한 선박을 바다로 보내는 ‘로드아웃(Load-Out)’을 진행했다.

의미 있는 행사지만 마무리 한 뒤 기념촬영으로 끝났다. 그것도 작업에 투입된 인원만 모였을 뿐이다. 다른 직원들은 로드아웃 주변은 물론 조선소 여기저기에 건조중인 선박과 블록, 자재 등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3일간 연휴를 앞둔 금요일 퇴근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직원들은 블록에서 용접 작업을 계속했고, 크레인을 조종해 기자재를 계속 이동시키고 있었다.

오후 9시 반, 마지막 출퇴근 버스들 안에는 야근을 마친 직원들로 가득찼지만 야드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새벽까지 철야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토요일에 다시 들른 조선소에는 주말 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한 임직원들의 자동차가 3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빠듯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야간·철야근무와 주말근무가 일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드아웃을 한 선박은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서둘러 뺀 이유는 블록을 조립(선박 건조)할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며 “야드는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텅 빈 조선소를 경험한 직원들은 추가 근무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 주인 찾아와 “성동조선해양 꼭 살려달라” 호소
이번주 채권단의 자금지원안이 부결되면 부도처리돼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는 회사라면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생각과 완전히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임직원들의 결의로 이해됐다. 본사 사무실 게시판에 걸린 ‘오늘 뛰지 않으면 내일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는 성동인이 처한 절박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성동조선해양은 안정산업단지 내에서 가장 큰 업체이자, 통영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대표기업이다. 문을 닫은 가야중공업, 자금지원의 대가로 신규선박 수주 중단이라는 채권단의 방안을 받아들여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SPP조선, 입주하면 조선사업을 진행하려던 포스코플랜텍의 좌초로 안정산단은 자칫 산업단지공단이라는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더 나아가 신아SB, STX조선해양 등 지역에 소재한 중소형 조선소들이 연이어 좌초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통영 제조업은 와해 위기에 처했다. 성동조선해양이 무너지면 통영 지역경제는 무너진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미 안정산업공단 주변에 들어섰던 식당과 가게, 숙박업소, 빌라, 원룸텔 등은 곳곳이 문을 닫아 유령 도시 같은 사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본사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포스터. '오늘 뛰지 않으면 내일은 없습니다!'라는 표어에서 회사를 살리겠다는 임직원들의 다짐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사진=채명석 기자]


이러다 보니, 통영시민들 사이에서 성동조선해양은 최대 이슈다. 이날 저녁, 성동조선해양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식당에 들어서자 식당 사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소식을 매일 듣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이 살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 힘들어도 꼭 회사를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 다른 가게 직원도 “성동조선해양 직원들이 많이 자주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우리은행, 통영에서 퇴출시켜야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는 무너진 다른 조선업체들과 다를 바 없었겠지만 성동조선해양 직원들은 지금 회사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하 성동조선해양 생산본부장(상무)은 “우리의 책임이 크다. 책임질 것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정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탈바꿈 했고, 임직원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약 4조원에 달하는 75척의 수주잔량중 저가 우려가 큰 물량은 거의 없고 이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물량만 남아있다. 채권단에 요청한 자금은 생산활동이 정상화 되면서 필요한 운전자금으로, 그동안 채권을 상환하느라 현금을 쌓지 못해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건조한 선박이 인도되면 상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업 감소로 떠났던 협력업체들도 어렵게 다시 모았고, 이들의 업무 능률은 73%까지 올랐으며, 연말까지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선박 한척에서 성동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비율은 90%에 육박할 만큼 생산과정의 최적화도 이뤄냈다. 정상화가 코앞이라는 뜻이다. 5년간의 고통을 참으며 버틴 결실이 눈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주까지 채권단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성동조선해양은 그대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다. 수익이 보장된 수주물량을 포기하고, 직원들도 떠나보내야 한다. 법정관리로 내몰린 뒤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지금보다 더 많이 들 것이 뻔하다. 성동조선해양에게 있어 법정관리는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단 이야기가 나오자 성동조선해양 직원들은 되도록 입조심을 했지만, 불만을 참고만 있지 않았다. 한 직원은 “차라리 STX조선해양과의 합병안을 받아들이는 게 나을 뻔 했다. 그랬으면 채권단이 이렇게 우리를 버리려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고, 다른 직원은 “그들은 조선소에서 우리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도, 대화도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선 우리를 좀비기업, 부실기업이라고 낙인 찍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조선소 내에 있는 우리은행 출장소를 내쫓고, 통영시에서 우리은행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째 선박인 10만9000t급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는 로드아웃을 마무리 한 김윤하 생산본부장(상무, 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성동조선해양 제공]


◆통영시민들 “채권단, 현명한 선택해달라” 요청
현재 통영지역 상공인과 경상남도 의회, 통영시, 고성군, 사내·외 협력사들, 조선기자재 회사들이 채권단과 정부에 자금지원 탄원서와 호소문을 계속 보내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 지회 소속 조합원 및 회사 임직원 등 250여명이 상경해 무역보험공사 및 우리은행 본점에서 각각 집회 및 관계자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라는 게 우세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단독이라도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주저하면서 2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고서도 자재대금부터 임금까지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건조중인 선박들의 생산일정이 지연되면 선주사와의 신뢰가 깨어져 영업활동에도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번만 더 믿고 지원을 해준다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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