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VS 메디톡스, 균주 진흙탕 싸움…진정한 승자는 휴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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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입력 2021-07-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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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메디톡스 '보톡스 분쟁' 미국 ITC 최종결정 무효화 수순

  • 대웅 "ITC 결정 무효화되면 미국 내 다른 재판에 이용 못해"…메디톡스 "무효화되더라도 판결 내용 사용할 수 있어"

  • 휴젤, 양사 치킨게임 벌이는 동안 2016년부터 국내 시장 1위…중국 진출도 성공적

[사진=대웅제약, 메디톡스]

[데일리동방]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미국 내 법적 분쟁이 무효화 수순을 밟는 가운데, 양측이 해당 결정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진흙탕 싸움의 진정한 승자는 국내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한 휴젤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6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대웅제약의 나보타 수입금지 명령을 포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결정에 대한 항소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ITC로 환송됐으며 ITC는 조만간 최종 결정을 공식적으로 무효화시키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앙숙 관계를 제대로 보려면 시계를 더 앞으로 돌려야 한다. 메디톡스는 2016년부터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이후 소송을 제기했다. 일명 ‘균주 전쟁’의 시작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경기도 용인에서 발견한 자연상태 균주를 배양해 만든 것이라며, 메디톡스 주장을 반박했다. 이런 상황 속에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미국 협력사인 에볼루스를 통해 수출에 나서자 양사의 분쟁이 미국으로 확산됐다.

메디톡스가 무역 분쟁을 전담하는 ITC에 제소한 것. 이에 ITC는 지난해 12월 제조공정 일부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나보타의 미국 수입·판매를 21개월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다 지난 2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용용 보툴리눔 톡신 협력사인 에볼루스와 합의해 에볼루스는 미국 내 나보타 판매가 가능해졌고 메디톡스는 합의금과 로열티를 챙겼다.

이렇게 분쟁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치료용 보툴리눔 톡신 협력사인 이온바이오파마에도 소송을 제기하며 전쟁을 이어갔다.

이후 메디톡스는 이온바이오파마와 지난달 합의를 체결하며, 미국 소송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에 따라 항소를 철회했다. 즉, 미국 항소법원의 항소 기각과 미국 ITC의 최종결정 무효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미국 항소법원의 결정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 차를 보였다.

대웅제약은 “ITC 결정이 무효화되면 소송 당사자들은 법적으로 결정 내용을 미국 내 다른 재판에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소송에서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근거가 매우 약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내 보툴리눔 톡신 사업의 모든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해 사업가치를 증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의 무효화 결정은 자사가 진행한 두 건의 합의에 의한 것으로, 대웅의 유죄판결로 파생된 결과"라며 “합의 당사자도 아닌 대웅이 별도 합의에 의한 무효화 결정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인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아전인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양사가 미국 항소법원의 결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수싸움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휴젤 ]

하지만 수년 간 지속해온 진흙탕 싸움의 진정한 승자는 휴젤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기준 상위 3개사의 보툴리눔 톡신 국내 시장 매출액은 휴젤 702억원, 메디톡스 226억원, 대웅제약 203억원이었다. 지난 2015년까지는 메디톡스가 국내 시장 1위 기업이었는데, 균주전쟁을 시작한 2016년부터 휴젤이 치고 올라오면서 메디톡스는 2위로 밀려났다.

메디톡스는 이제 2위도 위태위태하다. 메디톡스의 2020년 보툴리눔 톡신 매출 226억원은 2019년 매출 544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반면, 대웅제약은 2019년 보툴리눔 톡신 매출액이 113억원이었으나 2020년엔 두 배 가까이 늘어 2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가 지난 뒤엔 2위와 3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휴젤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11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2%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순이익은 552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8% 급증한 674억원이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0억원, 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4%, 101% 늘었다.

메디톡스가 국내에서의 판매 및 제조 금지 조치 여파로 입지가 좁아진 것도 휴젤의 상승세에 한 몫 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메디톡스의 주요 제품들이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으며,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하거나 품목허가 과정에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위조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현재는 판매가 재개됐다.

반면 휴젤은 별다른 악재 없이 꾸준히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왔다. 최근에는 자사의 대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브랜드 '보툴렉스'의 300유닛 대용량 제품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고, 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 100유닛에 이어, 지난 2월 50유닛에 대한 중국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기업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도 진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만 보면 국내 시장은 크지 않지만 보툴리눔 톡신 선진시장 기능을 갖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따라서 국내 매출 순위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끝없는 치킨게임이 매각 본 입찰 앞두고 있는 휴젤의 몸값만 올려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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