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항공업계, 기상정보 사용료 둔 싸움 대법원까지 간다... 기상청 상고장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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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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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청 내달 상고 사유 낼 것으로 알려져... 원가 회수 필요성 주장

  • 항공업계 잇따른 오보 등 문제점 부각··· 독점 지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업계가 결국 대법원에 서게 됐다.

항공기상정보 사용료(이하 정보 사용료)의 급격한 인상이 부당하다는 2심 재판부의 결정에 기상청이 불복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시작된 국내 항공업계와 기상청의 다툼은 내년 상반기에나 결판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내달 상고 사유 낼 것으로 알려져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상청의 법률대리인 ‘지평’은 대한항공 등 국내 8개 항공사가 기상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 사용료 인상처분취소소송 항소심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26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다음달 안에 상고 사유도 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선고에서 1심(기상청 승소)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기상청이 2018년 정보 사용료를 1만1400원으로 인상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정보 사용료란 기상청이 항공사에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사용료다. 국제선 항공기가 국내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부과(매 편당)된다. 기상청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정보 사용료를 기존 6170원에서 1만1400원으로 84.7% 인상했다.

이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억1171만원(8만7217편)의 정보 사용료를 납부했다. 이는 인상하기 전인 2017년 연간 납부금액(9억2456만원, 14만9847편)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005년 처음 정보 사용료를 부과한 후 10년 넘게 인상을 억제한 만큼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1심에서는 이 부분이 받아들여져 재판에 이겼으므로, 대법원도 2심 재판부와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상고 제기에 국내 항공업계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차분하게 대응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상청이 인상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까지 소송을 가져갈 것이라는 얘기는 일찍부터 나왔다”며 “기상청이 상고 사유를 제출하면, 이에 따라 대응전략을 다시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오보 등 기상청 문제점 부각··· 독점 지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단 외부 상황은 기상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이 국내 항공업계의 지원에 나선 데다 구조조정 위기의 항공업계에 대한 동정여론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상청의 부정확한 정보를 지적하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실상 독점적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기상청의 정보 사용료 인상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실제로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기상 오보로 결항하거나 회항한 국내 8개 항공사 여객기는 모두 1752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궂은 날씨가 예보돼 결항했으나 실제로는 운항이 가능했던 1388편과 비행이 가능한 날씨 예보에 따라 운항을 했다가 중도 회항한 364편을 합친 수치다. 8개 항공사의 자체 추산 피해액 합계는 181억2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상산업진흥법 시행령 제5조는 국내 민간 기상업체의 항공기상 예보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상청의 예보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본 등 국외 민간기상업체에 연간 수억원을 주고 별도로 정보를 사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강 의원은 “기상 오보에 따른 결항·회항은 사실상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기상정보 정확도 향상과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항공 기상 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 민간기상업체의 항공기상 예보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기상청의 항공기상 예보 독점적 지위에 대해 고민해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대부분 항공업계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오보로 인한 피해와 점점 커지는 정보 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기상청은 국면 전환을 위해 3심 재판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사용료 인상의 타당성을 보다 심도 있게 주장해 그 적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며 “특히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 사용료를 회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항공기상 정보 생산을 위해 연간 189억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보 사용료 등으로 회수되는 돈은 15억원 정도다.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누적된 원가대비 사용료 손실액은 1300억원이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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