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육아휴직 근로자,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의 비교대상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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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 변호사
입력 2019-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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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교대상근로자 범위는 어디까지?

최근 각 사업장에서는 육아휴직중인 근로자가 종래에 수행하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하여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 책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비정규직 근로자가 육아휴직중인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은 경우, 비정규직근로자는 육아휴직중인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삼아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은 육아휴직 근로자도 비교대상근로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비교대상근로자의 범위를 확인하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신청 요건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관한 개별 법률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며,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 경우 이에 관한 시정 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관한 시정 신청이 제기되면 제척기간, 당사자적격, 비교대상근로자 해당성 여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지 여부, 임금 기타 근로조건 등에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지 여부, 차별이 존재한다면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교대상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였고, 이로 인하여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비교대상근로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제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교대상근로자의 의미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관한 각 개별법률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삼고 있다. 또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를, 파견근로자의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교대상근로자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발생하였을 당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현존하여야 한다. 차별적 처우가 발생할 당시 비교대상근로자가 현존하였다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시정신청을 할 당시에는 비교대상근로자가 퇴직, 인사이동 등으로 사업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차별적 처우에 관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육아휴직으로 인해 차별적 처우가 존재할 당시에는 사업장에 현존하지 않았던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사용자는 육아휴직한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였다. 그런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중인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였던 상여금, 명절휴가비, 급식비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무기간동안 실제로 함께 근무한 근로자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다만, 동 법원은 ‘ ① 전임자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유지한 채 휴직하는 등의 사유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정기간동안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정규직 근로자를 비정규직 근로자로 대체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 등에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부당하고, ② 이러한 행위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각 법률의 입법취지에도 반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전제하에 법원은 “① 사용자는 전임자가 담당하던 직책을 육아휴직중인 근로자가 담당하게 하던 것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담당하게 하는 것으로 직제를 개편한 것이 아니라, 전임자의 육아휴직으로 인하여 임시적으로 그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할 참가인을 비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였던 점, ② 전임자는 육아휴직자로서 근무기간 동안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었고 육아휴직 종료 후 본인이 담당하던 업무로 복귀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 ③ 비정규직 근로자로 하여금 전임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게 하면서도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등을 두는 것을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육아휴직중인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업무가 동종 또는 유사하다면 비교대상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6. 7. 15 선고 2016구합51450 판결)

따라서 육아휴직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하여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 확정시 이와 같은 판단기준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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